한·미 FTA 처리를 위한 한나라당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당 소속 남경필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은 선거 후 언제까지 한·미 FTA를 처리할 것이라는 의사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오늘(24일) 끝장토론 후 상임위 절차는 진행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판단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무조건 안 된다는 식으로 나오면 그동안 기다려 왔지만 (어쩔 수 없다)”고도 했다. 한·미 FTA를 국회 절차에 따라 여당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박희태 국회의장(가운데)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문제 등 현안 논의를 위해 24일 국회 의장실에서 만난 한나라당 황우여(오른쪽),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의 손을 잡고 합의를 독려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
이날 토론에서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은 “3일간 토론하면서 정부도, 국회도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현재 상태에서 의결하면 날치기로, 나라 운명을 날치기로 결정하면 안 된다”고 반대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도 “이번 토론회가 여당의 강행처리 구실이 돼서는 안 된다”고 핏대를 세웠다.
이에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금융 문제, 공기업 민영화, 약값 문제 등은 다 토론에 나왔던 사안들로, 여기서 재차 말하는 것 자체가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남 위원장은 이 교수가 제기한 여당의 강행처리 의혹에 대해 “강행처리는 안 하려고 한다”며 “현재 농어민과 중소상공인 등에 대한 피해대책을 논의하고 있으며, 여야가 힘을 합쳐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이 끝난 뒤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와 역진방지조항(합의된 개방수준을 후퇴시키는 무역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내용)만 빼주면 한·미 FTA에 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1일 참여정부 때 FTA를 찬성한 과거를 ‘반성’까지 하면서 FTA 비준을 저지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은 “(한·미 FTA 협정이 체결된) 17대 국회에선 (집권여당이었던 민주당 의원들이) 왜 이런 토론을 하지 않고 그런 조항을 바꾸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남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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