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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격 1년' 연평도] 3분만에 “사격준비”… 그날의 억울함 토해내듯 자주포 불 뿜다

관련이슈 11·23 北 연평도 포격 '도발'

입력 : 2011-11-22 08:55:17 수정 : 2011-11-22 08:5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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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연평부대 ‘실전 같은 전투훈련’ 르포
‘11월23일,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뼈아픈 의지 다지며 오늘도 경계근무
지난해 11월23일 해병대 연평부대에 떨어진 포탄은 콘크리트 포진지에 수백발의 상처를 남겼다. 당시 꽃다운 나이의 해병 2명이 산화하고 민간인 2명은 목숨을 잃었다. 연평도의 화염은 걷혔지만 아직 그날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포7중대를 지휘한 김정수 대위와 함께 지난 15일 아직 상처가 다 아물지 않은 연평도를 찾았다.

연평도 포진지에 도착하자 김 대위를 발견한 병사들이 그에게 달려와 안겼다. 김 대위는 최근 연평부대에서 해병대사령부로 근무지를 옮겼다. 포격 당시 연평부대 유일의 K-9 자주포 중대였던 포7중대는 포격 이후 16일 동안 자주포 진지에서 생활했다. 김 대위는 “추위에 떨면서 잤고, 날마다 전투식량을 먹었다”며 “그때는 부대원들이 ‘북한아 한 번만 더 건드려라. 2분 내로 되갚아준다’는 각오로 버텼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후 1년이 지난 지금 해병대 연평부대원들은 상처를 딛고 북한 추가 도발에 대한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K-9 자주포 진지에는 지금도 수백발의 파편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해병대사령부 제공

북한의 포격이 있던 그날, 해병대는 사격훈련을 하고 있었다. 느닷없이 날아온 북의 포탄. 연평도는 불탔다. 불타는 포진지에서 K-9 자주포를 발사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혀 당시의 처절함이 세상에 알려졌다. 고장으로 응사를 못한 포도 있었다. 따가운 시선이 쏟아졌다. 4번째 포를 맡았던 김상혁 중사는 “60발을 쏘는 훈련에서 마지막 3발에 문제가 생겨서 조치하던 중 포격이 시작됐다”며 “너무 억울했고 다른 부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지금도 잠을 설친다”고 털어놨다. 그는 “다시 상황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뛰어나갈 자신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북한의 포격 도발 당시 170여발의 북측 포격에 80여발만 응사했다는 비난이 있었지만, 이날 훈련 태세는 그때와 달랐다. 장병들의 남다른 각오 때문인 듯했다. K-9 자주포 엔진에 시동을 걸자 1000마력의 디젤엔진이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155㎜ 포신이 북쪽을 겨냥하며 당시 못다 쏜 억울함을 토해내는 듯했다. 해병들의 ‘사격 준비’ 구호가 있기까지 3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연평부대 장병들이 해무가 낀 연평도 해안가에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해병대사령부 제공

오후에는 북측 개머리 진지가 훤히 바라보이는 연평부대 한 진지에서 벌컨포 사격훈련이 실시됐다. 북한의 저공침투에 대비한 훈련이다. 포격이 시작됐던 개머리 진지와는 불과 13㎞ 남짓 떨어진 곳이다. 날씨가 맑아 북한땅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장병들은 순식간에 ‘전투배치 완료’를 외치고 사격을 시작했다. 분당 최대 3000발을 쏠 수 있는 벌컨포가 ‘드르륵’ 소리를 내며 하늘을 향해 불을 뿜었고, 가상 적기가 격추됐다. 연평도에서는 매일 2회 이상 이 같은 훈련이 진행된다.

당시 포탄은 연평부대 내 이발소에도 떨어졌다. 아직도 지붕에는 지름 1m가 넘는 큰 구멍이 뚫려 있다. 건물 내부는 산산이 부서진 파편과 검게 그을린 흔적으로 어지러웠다. 주종화 해병대 공보실장(중령)은 “해병대는 이곳에 떨어진 122㎜ 방사포탄을 현장에 전시하고, 앞으로 안보교육장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잊혀진 전투가 되고 있는 ‘연평도 포격’의 아물지 않는 상처가 안보교육 현장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1년(23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해병대 연평부대에는 아직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군이 그동안 연평도에 증강 배치한 K-9자주포가 155㎜ 포신을 북쪽으로 겨냥해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피격 1년이 지난 연평도 곳곳에는 새로 보강된 전력도 눈에 띄었다. 북한 화력에 대응하기 위해 포 중대를 새로 편성하고 해병 1000여명을 추가 배치했다. K-9 자주포 전력을 3배로 증강한 데다 다연장 로켓과 코브라 공격헬기까지 가세했고, 음향표적탐지장비와 신형 대포병레이더도 도입됐다. 연평도의 경계 태세는 한층 두터워져 있다.

이날 연평부대 곳곳에는 ‘11월23일,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처절했던 그날을 잊을 수 없다는 연평부대원들의 의지다. 그들에게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같은 날 경기 화성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지하 지휘통제실에서도 팽팽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24시간 잠들지 않는 이곳은 각급 부대에서 들어온 정보를 종합하고, 판단을 내리는 합동작전본부다. 서방사 관계자는 “그날의 상처가 우리에게 쓰지만 몸에 좋은 약이 됐다. 다시는 도발을 허용하지 않겠는다는 각오로 모두가 임무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사진제공 = 해병대사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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