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목 유·불리 여전…당국 “난이도 조절 일부 성공” 교육당국이 올해 초부터 공언해 온 ‘수능 영역별 만점자 1%’ 달성에 또다시 실패했다. 외국어 영역 만점자 비율은 2.67%까지 치솟았지만 언어는 0.28%에 그치는 등 영역별로 난이도가 들쭉날쭉했다. 탐구영역과 제2외국어·한문의 경우 만점자 비율이 선택과목별로 천양지차여서 과목에 따른 수험생 유·불리도 여전했다. ‘쉬운 수능’ 기조를 이어간 게 그나마 성과라면 성과다.
성태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29일 “올 수능 표준점수 최고·최저점의 과목별 격차가 적었고 외국어 영역을 제외하면 영역별 만점자 비율도 1%대에 접근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만점자 1%’ 정책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는 자평이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결과는 참담하다.
영역별 만점자 비율은 ▲언어 0.28%(1825명) ▲수리 가 0.31%(482명) ▲수리 나 0.97%(4397명) ▲외국어 2.67%(1만7049명)이다. 지난해 수능 만점자 비율은 각각 0.06%, 0.02%, 0.56%, 0.21%였고 9월 모의평가에서는 1.96%, 1.53%, 1.95%, 0.32%였다.
결과적으로 지난 2월 “영역별 만점자 1%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장담은 허언(虛言)으로 드러난 셈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판이다. 상위권 학생의 경우 외국어에서 1∼2문제만 틀려도 등급이 바뀌게 됐다. 교육당국이 ‘만점자 1%’에 사활을 걸면서 내건 ‘사교육비 경감’ 효과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수능과 직결된 사교육 수요는 줄었을지 몰라도 난이도 조절 실패로 입학사정관 전형이나 논술학원 등에서 사교육 풍선 효과를 불러올 개연성이 크다.
특히 선택과목별 난이도 격차가 컸던 탐구영역에서 학생들의 피해는 더욱 크다. 사회탐구의 한국지리 만점자는 6.38%인 반면, 한국 근·현대사는 1.03%에 불과했다. 과학탐구의 만점자 역시 선택과목별로 0.46(생물Ⅰ)∼5.68%(지구과학Ⅱ)로 큰 편차를 보였다. 좋은 점수를 얻는 탓에 매년 응시생이 몰리는 제2외국어 아랍어 만점자 비율은 올해도 1.82%였다. 스페인 만점자의 15배 수준이다.
교육당국은 내년에도 주요 영역 만점자 1%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성 원장은 “탐구영역 등은 과목별로 응시생 수와 특성 변화가 심해 만점자 비율을 맞추기가 힘들다”면서 “외국어 등 주요 영역의 경우 오답지와 응답 반응 분석 등을 통해 영역별 만점자 격차를 점차 해소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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