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활발한 대외활동을 보였던 박 전 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친박(친박근혜)계 구상찬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비공개 일정을 소화하며 당 안팎 자문그룹과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내부에서도 “홍준표 체제의 생명력은 다 했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아 박 전 대표가 등판 여부 저울질을 넘어 당의 총체적 난국을 타개할 해법을 고심 중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전날까지 말을 아꼈던 친박계 의원은 이날 잇따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박 전 대표의 등판 당위성을 부각시켰다.
경제자문역인 이한구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는 것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게 절대 다수 한나라당 의원의 견해”라고 밝혔다.
이성헌 의원은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금 당이 절체절명의 위기라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당의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등판 방식과 관련해서는 박 전 대표가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로 취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국민과 당원의 공식 추대 모양새를 취할 수 있는 데다 당내에서 ‘반박’(반박근혜) 세력이면서 대권을 꿈꾸는 다른 예비주자를 정면승부를 통해 ‘제압’한 뒤 부동의 유일 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 등 경쟁자도 선호하는 방식이라 실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날 쇄신안을 발표한 홍 대표도 “잠재 대권주자들이 내년 총선에서 실질적으로 전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대안은 박 전 대표가 단독 또는 외부인사와 공동 위원장을 맡으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대대적인 혁신을 주도하는 것이다. 총선이 불과 4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바로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 가 박 전 대표가 개혁·쇄신공천을 주도하는 방안이 있다.
홍 대표가 제시한 재창당준비위원회나 정책쇄신기획단을 박 전 대표가 맡아 당을 혁신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지도부 전격 교체에 따른 당내 혼란과 반발을 최소화한다는 구상이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비대위나 선대위 등 미시적인 수준을 넘어 정치의 근본 틀을 바꾸는 진짜 혁신안을 제시할 거란 기대도 나온다. 수도권 친박 의원은 “‘정당정치의 위기’라고 여러 차례 말한 박 전 대표의 발언을 되새겨보면 한국정치의 틀을 완전히 뜯어고치는 신선한 방안이 필요하다”며 “또 이런 방식이어야만 대선까지 어필할 수 있는 ‘박근혜의 길’을 국민에게 제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박 전 대표의 등판 시기에 대해서는 “원칙과 정도를 고집하는 박 전 대표의 특성상 굳이 예산국회나 다른 정치일정을 감안해 나서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때까지 등판을 미룰 이유도, 여유도 없다”고 말했다.
나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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