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씨는 그러나 “김정일 때문에 우리 가족은 비극을 겪었고 신세를 망쳤다”며 “뜨거운 피가 없는 냉혈동물”이라고 김 위원장을 비판했다. 성씨는 또 TV에 비치는 북한 주민들의 오열하는 모습을 가리키며 “반세기 떨어져 있으면서 세뇌가 돼 사람들이 이상해졌다. 정상적인 것이 아니다”며 크게 흥분했다. 그는 또 “저건 공산주의가 아니다. 김일성·김정일이 다 망쳐놨다”고 말하기도 했다.
성씨는 경남 창녕의 만석꾼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좌익 성향이던 부모를 따라 평양에 간 뒤 학도병으로 징집됐다. 18살 때인 1950년부터 빨치산 활동을 시작했다. 성씨의 둘째 동생인 성혜림은 1971년 김 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을 낳았지만 이후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쫓기듯 러시아 모스크바로 갔고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첫째 동생 성혜랑은 성혜림을 간호하기 위해 모스크바로 나온 뒤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후 한국으로 망명한 아들 이한영이 북한 공작원에게 살해되기도 했다. 몇 년 전 중풍을 앓아 오른팔과 발을 쓰지 못하는 성씨는 “나도 김정일처럼 절뚝거린다. 나이도 많아 저세상 갈 날이 머지않았다”며 “이미 다 과거인데 무슨 말을 하겠느냐”고 회한에 젖은 듯 눈을 감았다.
유태영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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