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속말 나누고 두 손 꼭 잡고 金주석의 옛모습 연상시켜 북한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군인·주민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과감한 스킨십을 시도하고 있다. 군부대를 방문한 현장에서 만난 군인의 두 손을 맞잡는가 하면 한 손을 코트 주머니에 찌른 채 여유로운 모습으로 지시를 내리는 등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다른 새로운 통치 스타일을 예고한다는 것이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1일 첫 단독 공개활동으로 근위서울 류경수 제105탱크사단을 현지지도한 김정은의 모습이 공개된 사진에서 김정은이 부대원들과 기념사진 촬영을 하며 한 지휘관의 손을 두 손으로 꼭 맞잡은 장면이 포착됐다. 최고사령관 자리가 상징하는 무게감보다는 친근한 느낌을 연출했다. 김 위원장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장병과 귀엣말로 대화하는가 하면 부대 세면장에서는 수도꼭지에서 물을 받아 온도를 확인하는 듯 손에 물을 적시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되는 김정은의 모습은 대내외에 체제 결속과 안정을 과시하는 측면이 있다. 매체 보도가 체제 선전·선동 수단으로 활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김정은의 친밀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한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김정은의 대민 접촉 방식은 김 위원장과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일 위원장 시절에는 짜인 각본에 따른 연출이라는 게 표시가 났지만 김정은이 손을 맞잡거나 하는 모습은 자연스러움이 묻어난다”며 “과거 밀짚모자를 쓰고 농민과 대화하던 김일성 주석 스타일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김 주석의 옛 모습을 연상시킴으로써 북한 주민의 감성을 자극해 체제 결속을 다지고 체제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도록 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양 교수는 “향후 대민 접촉방식에서 드러나는 김정은의 통치스타일은 김 위원장과는 다를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며 “사전에 연출된 방식이 아닌 김정은의 젊음이 느껴지는 방식의 새로운 통치 형태를 선보임으로써 친화감·친밀감을 강조해 주민 지지와 결속을 이끌어내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당대표자회 때만 해도 어색해 보였는데 현재 김정은의 모습에서는 자신감과 노련미가 묻어난다”며 “일각의 예상과 달리 최고권력자로서의 김정은의 위치가 공고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은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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