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에서 모인 40명가량의 학생들 가운데 K(15)군이 눈에 띄었다.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데다 잔뜩 인상을 찌푸린 다른 학생들과 달리 표정이 유달리 밝아서다.
청명학생교육원 학생들이 4인1조로 그룹을 짜 사회성을 기르는 보드게임을 하고 있다. |
그가 1년6개월 전 처음 이곳에 발을 디뎠을 때는 ‘분노’뿐이었다. 하루 종일 샌드백만 치다가 응급실에 실려갔다. 다른 원생들과의 싸움 또한 끊이지 않았다. 그런 그가 지난해부터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도 꾹 참고 돌아서거나 “‘참만남’ 시간에 보자”며 스스로 다짐했다.
‘참만남’은 교육원에서 운영하는 분노 조절 프로그램이다. 눈에 거슬려 화가 치미는 친구에게 면담 신청쪽지를 써 복도 한 켠에 마련된 통에 넣는 식이다. 담당 교사는 쪽지를 수거해 매주 목요일 오후 두 친구의 만남을 주선한다. 욕설 등 말다툼은 가능하지만 몸싸움이나 물건 던지기는 허용되지 않는다.
두 대면자만이 참만남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친구들이 각자의 잘잘못을 짚어주기도 하고 “별 것도 아니네”라고 화해 분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K군은 “미처 몰랐거나 알려고 하지 않았던 측면을 알게 돼 화를 참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박창호 교학부장은 “매일 2∼3건 일어나던 폭행이 지난해 ‘참만남’ 도입 이후 일주일에 1∼2건으로 줄었다”고 귀띔했다.
교육원에서는 교내에서 벌어진 일체의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이유를 막론하고 반드시 책임을 묻는다. 해당 학생들은 2인용 자전거를 타고 10㎞를 함께 달려야 한다. 한 20분가량은 서로 말도 섞지 않는다. 자전거를 타면서까지 말싸움을 벌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하지만 1시간 정도 함께 땀을 빼고 나면 “마음 터놓을 수 있는 괜찮은 친구 하나 얻은 기분”이라고 학생들은 말한다.
청주=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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