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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림하는 폭력, 탈출구가 없다] "고참에게 맞고… 분풀이로 마구 때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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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2-21 23:33:12 수정 : 2012-02-21 23:3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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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서 자살한 아들에게 보내는 아버지의 편지 현우야, 오랜만에 불러보는구나.

5년 전 너의 유골을 뿌린 고향 통영의 소나무는 아직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몇 년 새 개발붐에 바닷가 소나무들이 한가득 잘려나갔지만 신통하게도 네가 머무는 그 소나무만은 피해 갔다. 하늘이 너의 억울함을 보살펴주나 보다.

그래, 2007년 10월쯤이었을 게다. 장례를 치르고 한 달이 지났을 무렵, 편지 한 통이 우리 집으로 배달됐다. 네 선임인 ○○○씨라더구나. “이 내용에는 거짓이 없습니다”라는 글로 시작하는 편지를 보고 나는 기절할 뻔했다.

자살한 한현우 상병의 선임이 보낸 편지
편지에는 네가 왜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소상하게 적혀 있었다. 노○○ 소령. ○○○씨는 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원인으로 노 소령을 지목했단다. 노 소령이 병사식당까지 쫓아와서 너를 때리고, 징계하고, 영창을 보내겠다고 괴롭혔다고 털어놨다. 이유가 더 어처구니가 없었다. 네가 선임병에게 맞아서라니, 아니 맞은 사람을 괴롭히는 게 어느 나라의 이치냐? 부대 사람들이 빈소에서 “노 소령이 진급대상자였는데 현우가 선임에게 맞아 입원하는 바람에 물 건너 갔다”고 귀띔한 게 무슨 뜻인지 그제야 알았다.

당장 노 소령이 근무하는 천안까지 달려갔다. 노 소령은 의자에 비스듬히 앉은 채 내게 “요구사항이 뭐냐”고 그러더라. 피가 거꾸로 솟는 듯했다. 군 당국에 처벌과 징계를 요구했었지. 그러나 아무 일도 없었다. 사단장의 결정이라는구나. 지휘관이 막으니까 아무것도 안 되더라. 국가인권위원회도 징계는 지휘관의 재량권에 속해서 어쩔 수 없다는 구나. 이런저런 수단을 다 동원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우리 아들같이 억울한 경우가 한둘이 아닐 게다. 전에 네가 잠시 입원해 있던 군병원에서 실제로 봤단다. 잘 곳이 없어서 병실 밖 복도의 긴의자에 누워 있는데 웅성거림이 들리더구나. 난 또 여느때처럼 ‘누가 다쳐서 입원하러 왔구나’하고 넘어가려는데 그때 한 장교가 부하들을 집합시켜 놓고 이렇게 으르더구나. “이번 건은 무조건 단순사고다. 어디 가서 딴 말 하지 마.” 어두운 복도에 내가 있는 줄 모르고 ‘평소처럼’ 일을 덮으려 했던 게지.

아빠는 현우를 비롯해 억울하게 죽은 청년들의 한을 풀고 싶다. 그래야 아빠가 떳떳하게 현우를 만날 수 있겠지? 통영의 소나무는 매운 겨울바람에도 굽히지 않는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구나.

박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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