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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일단 저지르고 걸릴 것 같으면 실토?

입력 : 2012-02-27 01:48:06 수정 : 2012-02-27 01:4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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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면죄부’된 리니언시
3년간 대기업 담합 44%가 감면
“담합 주도자 처벌 강화를” 지적도
담합의 세계에서 ‘자진신고 감면제도’(리니언시)는 기업들에게 일종의 면죄부와 같다. 담합을 자진신고하거나 조사에 협조하면 과징금을 깎아주는 제도로, 기업 입장에서는 일단 저질러놓고 걸릴 것 같으면 이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 담합으로 실컷 배를 채운 뒤 적발될 즈음 가장 빨리 죄를 실토하면 과징금을 한푼도 안 낼 수도 있다. 그래서 담합 악순환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형사제재가 유명무실한 상황에서, 리니언시 제도가 그나마 담합제재 역할을 하는 과징금마저 무력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26일 새누리당 김정 의원실에 따르면 과징금이 부과된 담합사건 중 리니언시가 적용된 사건 비율은 1999년 6.7%(1건)에서 2011년 8월 90.4%(22건)로 늘었다. 사실상 거의 모든 담합사건에 리니언시가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금액 면에서는 리니언시가 활성화한 2005년부터 2011년 8월까지 부과된 과징금 총 2조2641억원 가운데 9628억원이 감면됐다. 42.5% 감면된 것이다. 처음에는 공정위가 감면액을 사안별로 결정한 탓에 기업들의 활용률이 높지 않았다. 처벌 수위를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5년 들어 자진신고 1순위에 100%, 2순위에 50%를 감면해주도록 법이 개정되자 신고가 크게 늘었다. 특히 2008년부터 2011년 8월까지 대기업 담합 95건 중 42건(44.2%)이 리니언시 혜택을 봤다. 액수로 보면 총 부과된 과징금 7175억원 중 54.2%인 3890억원이 감면됐다.

결국 올해 초 공정위는 한 번 리니언시 혜택을 본 기업은 5년간 이를 적용받지 못하도록 했다. 또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두 업체 간 담합의 경우 두 업체 모두 혜택을 주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 1순위 신고자에게만 혜택을 주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본지가 지난해 1월부터 이달 현재까지 발표된 담합 사건 39건을 확인한 결과 2개사가 담합한 건은 10건에 불과했다. 김 위원장 말대로 제도가 개선되더라도 기업들이 이를 악용하는 것을 막기는 힘들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정위에 강제수사권이 없고 담합이 워낙 은밀하게 이뤄지다 보니 리니언시가 절실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제도가 본 궤도에 오른 만큼 이제는 그 부작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사처벌과 행정제재에 모두 혜택을 주는 것은 제도적 맹점”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법에는 담합 자진신고자에 대해 형사고발을 면제하는 규정이 없지만, 공정위는 리니언시 운영 고시를 통해 형사고발까지 면제하고 있다. 이는 전속고발권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담합 주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거세다. 공정위는 1997년 리니언시 도입 때 담합을 강요한 사업자는 물론 주도한 사업자에 대해서도 감면 혜택을 배제했다. 그러나 2007년 강요 사업자에 대해서만 혜택을 배제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권수진 전문연구원은 “담합 주도자를 100% 감면해주는 것은 정의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이귀전·조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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