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범죄취약 지역으로 꼽은 곳은 크게 3가지다. 먼저 누구에게 속해 있는지 영역의 위계가 명확하지 않은 공간이다. ‘누구 소유이며, 누가 관리하는 영역인지’를 명확하게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막다른 골목, 다세대 주택의 하부 주차공간 등도 시선이 미치지 않아 야간에는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사각지대’로 꼽았다.
공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도 범죄율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이는 ‘깨진 유리창 이론’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교수는 “실제로 10대들이 주택가에서 스피커를 크게 틀었을 때 공동체 결속이 강한 동네에서는 결속이 약한 동네에 비해 제지를 받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실험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사회인구통계학적 특성을 감안할 때 원룸촌도 범죄의 타깃이 될 확률이 높다. 그는 “이사가 많아 주민 사이의 결속력도 약하고 집이 비어있는 시간도 상대적으로 많고 방범이 허술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바꿔 말하면 공간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면 범죄율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게 그의 논리다.
‘범행기회를 제공하는 환경’을 변화시켜 범죄를 줄이자는 것이 셉테드(CPTED, 범죄예방설계)의 논리다. 그는 “1970년대 오스카 뉴먼이란 학자가 뉴욕의 공공임대 주택단지 두 곳을 비교한 결과, 지역이나 주민특성이 비슷한데도 범죄율에서는 3배 이상 차이가 난 점을 연구하며 주목을 받았다”면서 “현재 미국과 영국에서 가장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부문의 책임도 강조했다. 이 교수는 “범죄예방설계가 비교적 잘 돼 있는 공동주택과 달리 개별주택은 개인이 범죄예방이 가능하도록 설계하거나 유도하기는 사실상 힘들다”면서 “공공부문이 도로, 보행로, 가로수 등 공공디자인 환경에 적극 나섬으로써 일정부분 범죄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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