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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객돈 200억 빼내 中 밀항극… '막장 회장'

입력 : 2012-05-06 20:15:52 수정 : 2012-05-07 14: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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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저축銀 김찬경 회장
오래전부터 밀항시기 등 조율… 화성 궁평항서 도주직전 체포
평소 ‘서울대 법대 출신’ 사칭
영업정지 사흘 전에 200억원을 인출해 중국으로 밀항하려다 ‘덜미’가 잡힌 김찬경(56·사진)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실체가 드러났다. 그는 30여년 전 ‘가짜 서울법대생’ 사건의 장본인이다. 6일 검찰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 3일 오후 8시30분 밀항 알선책 3명 등 4명과 함께 경기도 화성시 궁평항 선착장에서 해경에 체포됐다. 그는 우리은행 수시입출금식 계좌에 예치된 저축은행 돈 200억원을 현금과 수표로 인출한 뒤 중국으로 밀항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체포 당시 1200만여원과 여권만 갖고 있었다고 한다.

김 회장이 오래 전부터 선박과 항포구를 물색하기 위해 밀항 시기 등을 밀항 조직과 조율해왔다는 얘기도 들린다. 김 회장은 금융당국이 영업정지라는 목줄을 죄오자 5만원권 240장을 가지고 밀항 알선책 오모(49)씨와 함께 고깃배 선실에 숨어있다가 해경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은 200억원의 행방을 쫓고 있다. 7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거된 김 회장은 서울대 법대 출신 검사장들 사이에서 ‘동문을 사칭’한 인물로 유명하다. 미래저축은행에 영입된 서울대 법대 출신 인사 등 그를 알고 있는 지인 상당수는 여전히 서울 법대 출신으로 알고 있다는 게 복수의 검사들 전언이다.

금융위원회가 솔로몬·한국·미래·한주저축은행을 부실 금융기관으로 결정하고 6개월 영업정지와 경영개선명령을 내린 6일 서울 서초구 서초2동 미래저축은행 본점 출입문이 굳게 닫혀있다.
연합뉴스
업계 10위권인 저축은행 회장이 홍콩 느와르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밀항을 결행한 데 대해 일반인들은 황당한 반응이지만, ‘동문 사칭’ 사건을 아는 검사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김 회장은 서울대 법대 복학생 행세를 하며 4년간 캠퍼스를 누비다 83년에야 덜미가 잡혔다. 당시 79학번 검사장들은 사석에서 그를 ‘형’이라 부르며 술자리를 여러 번 했고, 자연스럽게 동문 선배 대우를 해줬다고 한다. 그는 꼬박꼬박 강의를 듣고 동아리 활동을 했으며, 82년 법대 교수 주례로 간호사와 결혼까지 했다. 현역 검사장이나 부장검사 중엔 그의 결혼식을 기억하는 이들이 제법 많다. 당시 그는 검정고시 출신 법대생 대표까지 맡았다고 한다. 그의 사기행각은 졸업사진 촬영 후 주소록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발각됐고, 30여년 전 신문지면을 장식한 ‘가짜 서울법대생 사건’의 장본인이 됐다. 그는 가정교사를 했던 집을 담보로 은행 융자를 받기도 했다. ‘가짜’라는 게 들통난 이후인 84년에도 그는 서울대 법대에 다니는 것으로 속이고 가정교사 일을 계속 했다고 한다. 당시 그를 형처럼 따랐다는 모 검사장은 “살다 살다 별일을 다 겪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그는 동문을 사칭하며 미래저축은행에 서울 법대 출신 인사를 여럿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도 동문 선배의 ‘러브콜’로 알고서 저축은행에 발을 디딘 셈이다. 충남 예산 출신인 김 회장은 신구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팀의 한 검사는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회장이 고대 경영학과 출신임을 사칭했다는 건 들었지만…”이라며 황당해했다. 김 회장은 밀항하려다 체포돼서도 “그냥 배를 타려고 했을 뿐”이라고 발뺌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재영·이유진 기자 20120506021542 003/단/‘서울대 출신’ 사칭하더니…김찬경 회장 중국밀항하다 ‘덜 //img.segye.com/content/image/2012/05/06/20120506021542_0.jpg 1 2 09 6 1 저작자 표시 + 변경금지 N 20120506021469 "내 돈 내놔라" 닫힌 은행문 두드려 보지만… 20120506181748 20120507001411 20120506184434 예금자들은 말문이 막혔다. 4개 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6일, 휴일임에도 돈을 맡긴 사람들은 이들 저축은행을 찾아 발을 동동 굴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요.” 닫힌 문을 두드려 보지만 대답은 없었다. 영업정지된 4개 저축은행의 부실은 회생이 의심될 정도로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4곳 모두 부채가 자산을 웃돈다. 솔로몬저축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3곳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은 마이너스 상태였다. 작년 9월 적기시정조치를 유예받으며 7개월 동안 경영 정상화 노력을 했는데도 상황은 더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재무구조가 워낙 취약하고, 얼어붙은 부동산경기에 자산매각이 물거품으로 돌아간 탓이다.김주현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6일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4곳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부실 덩어리’로 드러난 저축은행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 4개 저축은행은 부실 덩어리였다. 업계 1위인 솔로몬저축은행의 자본은 1801억원이나 잠식된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 6월 말 1711억원에서 지난해 6월말에는 608억원까지 줄어들더니 6개월 후인 12월 말에는 -1801억원이었다. BIS 비율도 덩달아 나빠져 2010년 6월 말 9.12%에서 작년 12월 말에는 4.35%까지 떨어졌다. 한국저축은행도 마찬가지였다. 작년 6월 말까지 자기자본이 1000억원에 가까웠지만 반년 만인 12월 말에는 -383억원으로 추락했다. 2010년까지 9%대였던 BIS 비율도 -1%대까지 내려앉았다.미래·한주 저축은행은 더 심각했다. 미래저축은행은 작년 6월 말 이미 자기자본이 -1718억원으로 잠식됐으며, BIS 비율은 -16.20%대를 기록했다. 한주저축은행은 작년 6월 말 이미 자기자본 잠식상태에 빠져 12월 말 기준 BIS 비율은 -37.32%까지 추락했다.이들 저축은행이 부실 늪에 빠진 결정적인 이유는 부동산 개발에 대규모로 돈을 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탓이다. 2000년대 카드 사태로 소액 신용대출 부실이 커지자 너도나도 뛰어든 고위험·고수익 PF 대출이 ‘부실 사태’로 돌아왔다. 솔로몬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PF 대출 잔액 4744억원 중 30.2%가 부실채권으로 분류됐다. 미래저축은행은 2936억원의 42.1%, 한국저축은행은 2039억원의 34.5%가 부실로 드러났다. 소형인 한주저축은행은 8억원 중 27.6%가 부실대출이었다저축은행 관계자는 “경영을 정상화하자면 자산부터 매각해야 하는데 부동산경기 침체 속에 자산매각의 통로가 막히고, 결국 재무구조는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내 돈 내놔라” 저축은행 4곳에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솔로몬저축은행 본점을 찾은 한 고객이 통장을 흔들며 소리를 지르고 있다. 이제원 기자◆전체 피해 규모는 2400억원이들 저축은행과 거래해온 예금자들의 피해는 얼마나 될까. 솔로몬, 한국, 미래, 한주 저축은행에 맡겨진 예금보호한도 5000만원을 웃도는 예금은 4일 현재 약 121억원이다. 여기에는 법인예금이 빠져 있다. 후순위채권 투자액은 2246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상반기 1·2차 구조조정 때와 비교하면 5000만원 초과 예금액은 크게 줄어든 규모다. 이들 예금자의 손실은 불가피하다.솔로몬저축은행은 5000만원 초과 예금자 수가 다른 3개 저축은행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주재성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영업정지 저축은행 전담 상담센터와 후순위채 불완전판매 신고센터를 통해 서민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예금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주주와 경영진 등 부실 책임자의 재산을 추적·환수해 파산배당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재홍 기자 hong@segye.com 20120506021484 부도덕·부실경영 ‘모래성’ 저축은행 20120506181848 20120507100819 20120506183545 금융위원회가 6일 솔로몬·한국·미래·한주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 명령과 경영개선 명령을 내렸다. 이들 저축은행은 앞으로 45일 이내에 경영을 정상으로 되돌려놓지 못하면 퇴출의 길을 걷는다.특히 미래저축은행의 김찬경 회장은 지난 3일 영업자금 200억원을 빼내 중국으로 밀항하려다 체포됐다. 금융감독원과 대검찰청 산하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은 김 회장 외에도 대주주들이 과거 저축은행 사태 때처럼 사전에 부당 인출하려 한 정황을 포착, 조사하고 있다.금융위원회는 이날 새벽 3시 임시회의를 열고 지난해 9월 적기시정조치를 유예한 저축은행 6곳 중 4곳을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6개월간 영업정지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들 저축은행의 영업과 직무집행은 이날 오전 6시부터 전면 정지됐다. 금융위는 4개 저축은행에 대해 45일 이내에 유상증자를 통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5% 이상을 달성하도록 하는 내용의 경영개선 명령을 내렸다. 이 기간내에 성과가 없으면 제3자 매각 또는 예금보험공사의 가교저축은행으로 계약을 이전, 퇴출 절차에 들어간다.금감원의 검사 결과 한국·미래·한주저축은행은 BIS 자기자본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솔로몬저축은행도 부채가 자산을 초과,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거래소는 7일부터 솔로몬·한국저축은행의 매매거래를 정지한 뒤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예금자들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원금과 이자를 합쳐 5000만원까지 전액 보호받는다. 또 예금자에게는 4500만원 한도 내에서 가지급금과 예금담보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김 회장은 지난 3일 오후 5시 영업자금 200억원을 인출해 오후 8시30분쯤 경기 화성 궁평항을 통해 중국으로 밀항하려다 해양경찰에 체포됐다. 조사 결과 인출한 200억원 중 수표 70억원은 다시 입금하고 현금 130억원은 지인에게 10억원씩 쪼개 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응호 금감원 부원장보는 “김 회장을 포함, 일부 대주주가 부당 인출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은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4곳의 대주주와 일부 경영진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금감원이 수사 의뢰한 관련자에 대해서도 전면 조사에 들어갔다. 또 중국 밀항을 시도하다 체포된 김 회장에 대해서는 7일 배임, 횡령,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김재홍·장원주·서필웅 기자 20120506021942 M&A 귀재… 무리한 확장전략 ‘덫’ 20120506230356 20120507001152 20120506233823 임석(50) 솔로몬저축은행, 윤현수(59) 한국저축은행 회장은 인수·합병(M&A)의 귀재로 불린다. 두 사람은 공격적 경영으로 몸집을 키우면서 저축은행 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과도한 확장전략에 발목이 잡히면서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임 회장은 ‘금융계의 징기스칸’으로 통한다. 전남 무안 출신인 임 회장은 익산의 한 공고를 졸업했다. 1999년 채권 추심업체인 ‘솔로몬신용정보’로 금융사업을 시작해 공격적인 M&A로 골드저축은행, 한마음저축은행, 전북 나라저축은행, 솔로몬투자증권 등을 잇따라 인수해 종합금융그룹을 일구었다.  임석 회장                            윤현수 회장하지만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추락하면서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임 회장은 영업정지가 발표되기 전 “퇴출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면서 강하게 반발했지만 결국 금융당국의 칼날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윤 회장은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 이영두 그린손보 회장 등과 함께 한국 M&A 1세대로 꼽힌다. 경남 진주고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수석으로 입학했다. 산업은행 행원으로 금융계에 입문했으며 한외종금을 거쳐 1996년 코미트M&A를 설립하면서 M&A시장에 진출했다. 2000년 진흥상호금융금고를 인수해 한국저축은행으로 탈바꿈시켰으며 경기·진흥·영남저축은행을 차례로 인수하면서 계열사를 늘렸다. 윤 회장도 영업정지를 앞두고 경기와 영남 등 계열 저축은행 매각과 함께 외자유치를 통한 자본확충을 시도했지만 살아남지는 못했다. 서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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