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의 심정으로 부자(父子)의 고통을 이해하지만, 형벌은 한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성적 압박에 못 이겨 어머니를 살해하고 시신을 방치한 혐의로 기소된 고교생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조경란)는 6일 존속살인 혐의로 기소된 지모(19)군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징역 장기 3년6월, 단기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지군은 그 죄질이 나빠 엄히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성적향상을 요구받으며 가혹한 체벌을 반복적으로 받아왔다”며 “범행 전 3일간 밥을 굶고 심한 체벌을 받은 후 범행에 이르게 된 점 등을 참작하면 원심의 형은 너무 무겁거나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 부자가 제출한 반성문과 탄원서로 미루어 피고인이 올바른 심성으로 아름답게 성장할 가능성을 감지할 수 있어 실형에 처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많은 고민을 했다”며 “피고인과 같은 사춘기 자녀를 둔 어미로서 피고인 부자의 죄책감과 고통을 가슴 깊이 공감하고 이해한다”고 말했다.
다만 “형벌은 피고인 한 사람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비록 피고인을 바로 아버지의 품으로 돌려보내지는 못하지만, 지군과 아버지가 믿고 있는 하나님께 지군의 장래를 위해 기도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힌 뒤 끝내 눈물을 보였다.
지군은 지난해 11월 ‘전국 1등’을 강요하던 어머니의 압박을 견디다 못해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한 아파트에서 잠들어 있던 모친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8개월간 방치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지난 3월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 재판에서 법원은 지군에게 징역 장기 3년6월, 단기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지난달 21일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지군의 변호인은 “지군은 어머니에게 골프채로 밤새도록 200대를 맞는 등 아동학대를 당해온 피해자”라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지군은 당시 최후진술에서 “예전에는 어머니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이제는 악몽 같은 날들은 흐려지고 좋은 추억만 남았다. 어머니가 그립다”며 “하늘에 계신 어머니가 미소 지을 수 있도록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은정 인턴기자 ehofkd1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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