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수사 개시 사흘만에… 불쾌” 서울고검 김모 부장검사의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김수창 특임검사팀과 경찰 간 갈등이 양 조직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자신들을 향한 비난 여론 탓인지 정면 충돌은 자제하고 있지만 ‘기싸움’은 여전하다. 특히 양측은 수사 상황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직 입단속에 나서는 분위기다.
경찰청은 12일 검찰에 유진기업 나눔로또 인수합병(M&A) 건 내사 및 통신업체 납품비리 사건 수사 자료 일체를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모 부장검사가 수사와 관련해 편의를 제공받은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전날 압수수색으로 선수를 친 상황이고, 앞으로도 영장청구 등 강제수사는 검찰이 결정권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경찰로서는 제대로 된 수사를 위해서는 정면 돌파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경찰이 검찰 측 수사기록을 수사 개시 초기에 요청한 사례는 거의 없고 이를 언론에 공개한 것 자체도 이례적이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 협조 요청에 내심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급 검사는 “모든 수사를 마친 이후거나 수사 중간에 임의제출 형식으로 경찰이 검찰 수사 기록을 열람·등사한 전례는 있다”며 “하지만 지금처럼 수사 개시 사흘 만에 자료 요청을 한다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수사 개시 이후 검찰과 경찰 간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양측은 보안 유지에도 각별히 신경쓰는 분위기다.
겉으로는 수사 기밀 유지를 위한 것이라지만 속내는 각자의 ‘카드’를 상대방에게 드러내지 않겠다는 의도가 짙다. 전날 경찰을 ‘간호사’에 빗대 구설에 올랐던 특임검사팀은 ‘함구령’ 수준이다. 김 특임검사는 이날 아예 취재기자들을 따돌리고 출근했다. 수사 상황에 대해서도 “일절 말해줄 수 없다”며 선을 그은 상태다.
검찰이 ‘사건 가로채기’를 했다고 생각하는 경찰 역시 수사 기밀이 새어 나가는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사팀원조차 사건의 전체 흐름을 알아채기 어렵게 자기가 맡은 사건 외에 다른 팀에서 하는 것은 알 수 없도록 정보 흐름을 차단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대형 사건에서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브리핑조차 생략하고 서면 질문으로 대체하고 있다.
오영탁·이희경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