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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독일인들의 왜건 사랑…이유는? BMW 3시리즈 투어링(下)

입력 : 2012-11-15 15:24:18 수정 : 2012-11-15 15:2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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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240㎞/h로 아우토반 달려도 안정감 탁월
안전·편의장비 가득해 장거리 운전에도 부담없어

뮌헨을 벗어나자 차들이 줄어들면서 길이 뚫렸다. 도시를 통과하며 등장했던 100㎞/h의 속도제한 표지판이 사라졌다. 대신 검은색의 사선 석 줄이 있는 ‘해제’ 표시가 나타났다. 속도 제한이 없다는 뜻이다. 1차선의 차들은 뒤차가 다가오기 무섭게 2차선으로 자리를 옮긴다. 빠른 차에 길을 양보하는 아우토반의 원칙이다. 그대로 가속 페달에 힘을 줬다. 속도계는 200㎞/h를 넘어갔다. 앞차를 따라가다 보니 시속 240㎞/h까지 올라갔다. 앞서 가던 아우디는 2차선으로 자리를 옮긴다. 멀리 산 아래까지 곧장 뻗은 길을 내리 달렸다. 독일 아우토반에서 BMW의 진가를 느꼈다.





지난 10월 독일 아우토반에서 BMW의 신형 3시리즈 투어링 모델을 시승했다. 국내에는 들여오지 않은 3.0ℓ의 엔진을 얹은 차다. 엔진을 비롯한 일부 옵션이 다르지만 에스토닉 블루 컬러의 M패키지를 적용한 외형은 10월 국내에 선보인 모델과 동일하다. 독일 뮌헨과 프랑스 파리를 오가는 길에서 신형 3시리즈 투어링을 시승했지만 본격적인 성능 테스트는 독일 아우토반에서 이뤄졌다. 속도 무제한이 기본인 도로인데다 노면 상황이 매우 좋아 차의 성능을 알아보기엔 최고의 조건이다. 독일 자동차 메이커도 이 도로를 고려해 차를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마치 제작자의 의도를 고려하며 시승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 262마력 디젤엔진의 시원한 출력


시승차인 330d 투어링은 3.0ℓ 트윈 파워 터보 6기통 디젤엔진을 얹었다. 262마력의 출력이 4000rpm에서 나오며 최대 토크는 2000rpm∼ 2750rpm에서 560N·m가 나온다. 강력한 출력을 바탕으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h까지는 불과 5.6초 만에 가속된다.


엔진 출력을 비롯한 자세한 사양은 나중에 알았다. 차를 받아 달리면서 ‘어∼ 잘나가네’하는 느낌을 갖고 운전했다. 국내에서 익숙하게 봤던 2.0ℓ 디젤 엔진과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320과 330으로 한 끝 차이 숫자라 생각했던 예상은 멋지게 어긋났다. 직선으로 뻥 뚫린 길에서는 시속 240㎞/h를 넘나들었다. 1차로에서 아우디가 앞서 달렸지만 시속 230㎞/h를 넘어서자 힘에 부친 듯 옆으로 길을 터줬다. 우리나라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엄청난 속도다. 하지만, USB에 담아온 한국 노래들을 들으며 큰 부담 없이 고속 주행을 이어갔다. 330d의 최고속도는 제원표에 250㎞/h로 나와있다. 성능상으로는 더 달릴 수 있지만 전자식 속도제한이 걸린다. 포르쉐 등 스포츠카를 제외한 대부분의 독일 차 업체들이 이쯤으로 최고속을 맞춘다. 속도 무제한의 도로가 있는 독일 메이커들이 가진 나름의 불문율이다.



몇 차례 고속(?) 주행을 마치고 잠시 휴게소에 들러 한숨 돌리고 나니 인제야 차에 익숙해지는 느낌이다. 잠시 변속기 옆을 보니 ‘에코프로’, ‘스포츠’라고 쓰여있는 주행모드 버튼이 있다. 내친김에 더 달려보기로 했다. ‘스포츠’ 버튼을 눌렀다.


변속 시점이 달라졌다. 스티어링휠은 묵직하게 변해 고속 코너링에서도 안정감이 넘친다. 회전수가 낮은 디젤 엔진을 레드존 직전의 5000rpm까지 사용한다. 굵직한 토크감이 시원한 가속을 이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엄청난 과속을 이어갔지만 어색함이 없다. 길을 잘 뚫렸고 차는 잘 달린다. 운전자들도 빠른 차에 양보해주고 막히는 길에서는 서로서로 속도를 줄인다. 전반적인 도로 흐름이 매우 상식적이다. 앞차가 서행해도 오른쪽으로 추월하는 차는 없다. 차에서도 문화를 읽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불현듯 생각난다. 자동차를 판매하는 지역에 맞춰 구성하고 튜닝했다는 뜻으로 생각하면 된다. 독일 공업의 상징 아우토반에서 BMW를 타고 달리니 실감나게 느끼는 대목이다.


▲ 장거리 주행과 스포츠 주행의 절묘한 조화


시승차로 독일 뮌헨과 프랑스 파리를 왕복했다. 편도만 800㎞가 넘는 장거리다. 심지어 시승 마지막 날에는 파리에서 뮌헨까지 단숨에 달렸다. 먹고 쉰 시간까지 합하면 한번에 12시간을 달렸다.


우리나라의 끝에서 끝을 달려도 이 정도 거리는 달릴 수 없다. 평소 경험할 수 없는 장거리를 달리려니 시작부터 부담이 느껴진다. 장거리 주행을 위해서는 시트 포지션이 매우 중요하다. 요추받침대와 시트의 각도가 주행 피로를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또, 왼쪽 발이 올라가는 풋레스트가 매우 중요하다. 가속페달을 밟는 오른쪽 발과 평행을 이뤄 자세를 잡아준다.



자칫 오랜 운전으로 집중력이 떨어지기 쉽지만 이를 대비해 안전장비들이 추가됐다. BMW 330d 투어링에는 차선이탈시 스티어링휠에 진동을 줘서 경고하는 기능이 들어있고 앞이나 뒤차와 빠르게 가까워져 충돌의 위험이 있을 경우 알려주는 기능도 추가됐다. 또, 사각지대를 알려주는 기능도 추가됐다. 좌우 사이드미러에 삼각형의 주황색 불이 들어올 경우 사각지대에 차가 있다는 뜻이다.


풀옵션 사양을 적용하니 각종 기능과 익숙해지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손에 익고 눈에 익으니 무척 편리하다. 가장 편리한 옵션은 ‘하이빔 어시스트’다. 가로등이 없는 고속도로나 국도에서 야간 주행시 상향등을 켜고 달릴 수 있다. 이때 마주 오는 차가 있으면 헤드라이트가 자동으로 하향 조정된다. 뿐만 아니라 좌우 라이트의 각도가 별도로 움직여 운전석은 하향등, 조수석은 상향등 같은 독특한 조절이 가능하다.



▲ 멀리 편하게, 즐겁게 달리는 투어링카


BMW 330d 투어링으로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길을 달렸다. 한때는 일행이 늘어나 성인남성 4명과 그들의 캐리어가 차를 가득 채우기도 했고 한때는 혼자 운전하며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USB로 한국 노래를 듣기도 했다. 시속 240㎞/h를 넘기며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기도 했고 크루즈 컨트롤과 전·후방 추돌 감지장치, 차선이탈 경고장치를 사용하며 여유있는 주행을 하기도 했다.


총 주행거리 2500㎞에 이르는 장거리 시승에서 330d 투어링은 높은 연비와 안락한 시트뿐만 아니라 역동적인 주행성능까지 보여줬다. 이 차를 타고 대한민국을 누비기엔 땅이 조금 좁을지도 모르겠다. 멀리 그리고 편하고 즐겁게 떠나고 싶을 때 이보다 더 좋은 차는 없어보인다.


 



 



 



 



뮌헨= 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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