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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가는 인터넷 유해물… 뿔난 시민들이 나섰다

입력 : 2012-12-14 08:54:49 수정 : 2012-12-14 08:5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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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옹호·조장 커뮤니티 사이트 ‘게릴라식 유통’
당국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 우려해 수수방관
네티즌들 게시물 관련자 처벌 서명·실태조사 벌여
“드디어 우리집 강아지가 마음을 열고 나를 받아줬어….”

실시간 접속자 수가 2만명을 넘나드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지난달 15일 오른 글이다. 글을 쓴 네티즌은 ‘20분 뒤 삭제’라는 제목과 함께 ‘인증샷(자신의 발언을 증명하기 위해 촬영한 사진)’이라며 자신이 수간(짐승과 성행위)하는 사진을 첨부했다. 이 글은 곧 삭제됐지만 온라인상에서 급속도로 퍼져 나가며 수많은 댓글이 따라붙었다.

일부 몰지각한 네티즌들이 신출귀몰한 수법으로 유해 콘텐츠를 유포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당국은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우려해 사실상 손을 놓은 모습이다. 참다 못한 시민들이 마침내 유해 콘텐츠 근절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전문가들은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게릴라식 유통’에 속수무책

13일 청소년 인터넷 유해환경감시단체 ‘㈔학부모정보감시단’에 따르면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DC인사이드 등 10개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위험수위를 넘어선 유해물이 수시로 게시되고 있다. 이들 사이트는 별도의 인증절차 없이 이메일 등록만으로 가입이 가능하다.

지난 9일 새벽 A커뮤니티 사이트에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후보와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얼굴에 여성의 나체 몸을 합성한 사진이 올랐다가 곧바로 사라졌다. 작성자가 예고한 대로 2분 만에 삭제한 것이다. ‘도가 지나치다’는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바탕화면으로 추천한다’는 등 몰지각한 댓글 세례에 묻혔다.

심지어 범죄를 옹호하고 조장하는 행위도 이뤄진다. 7월 초에는 ‘며칠 후 6살짜리 조선족 여자아이를 강간할 계획’이라는 충격적인 글이 올랐다. 작성자는 ‘집에서 30분쯤 거리에 학교도 안 가고 혼자 있는 애가 있다’면서 ‘엄마는 새벽에 들어오고 아빠는 배 타러 갔다더라’며 집안 사정을 설명했다.

이에 일부 네티즌은 ‘같이 가자’, ‘걸리지 않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나서 비난이 일기도 했다. 이들은 대부분 ‘O분 뒤 삭제’와 같은 방법으로 네티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뒤 콘텐츠를 잠시 선보이고 사라지는 수법을 활용하고 있다.

◆시민 “서명서 전달”, 당국 “조치하겠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이슈청원 게시판에는 ‘A사이트를 유해사이트로 지정해 달라’는 글에 네티즌 1만8000여명이 서명을 했다. 시민 김모(26)씨가 시작한 일이다.

그는 기자와 통화에서 “일부 네티즌의 행태가 도를 넘어섰다”면서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측에 서명서를 전달하고 해당 사이트에 대한 유해사이트 지정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학부모정보감시단은 게시물 관련자 처벌을 위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음란사이트에만 치중돼온 규제를 일반 커뮤니티 사이트로 확대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감시단 이경화 대표는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방통심의위 측에 대책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창호 숭실대 교수(정보사회학)는 “사이트 운영자와 유해물 게시자에 대한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고, 실시간 감시를 통한 방지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음란사이트 위주로 점검하다보니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 “해당 사이트와 게시물에 대해 청소년보호법 위반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오영탁 기자 oy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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