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과 새 대통령 당선인의 정면충돌을 피하기 위해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의 발표라는 형식을 빌렸을 뿐 사실상 특별사면에 대한 박 당선인의 반대 표명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윤 대변인도 특사에 반대하는 언론 브리핑을 한 뒤 "박 당선인과 충분히 상의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2월25일 새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까지는 현직 대통령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명박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설 특사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당선인측이 특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공식 표명한 것은 이번 설 특사를 둘러싼 국민의 부정적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다수의 국민은 임기말 대통령이 관행적으로 단행해온 특사로 권력형 비리나 부정부패에 연루돼 형을 살고 있던 인사들이 대거 풀려나는 모습을 비판해왔고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다.
박 당선인은 특히 이 대통령의 마지막 특사가 새 정부에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기간 `특별사면권 제한'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뿌리가 같은 현 정부가 특사를 단행한다면 자신의 약속과 배치될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새 정부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상황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경제민주화 대선공약을 발표하면서 대기업 지배주주ㆍ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해 사면권 행사를 제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앞서 7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는 "대통령의 사면권을 분명하게 제한해 무분별하게 남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무전유죄 유전무죄' 같은 말이 국민에 회자되고, 돈 있고 힘 있으면 자기가 책임을 안 져도 되는 상황이 만연된다면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해도 와닿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에서 애초 설 특사 얘기가 흘러나올 때부터 박 당선인은 내켜하지 않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은 지난 9일 기자들에게 "청와대가 당선인과 그 문제(특사)로 의견을 나눈 바 없다. 명시적으로 의견을 서로 교환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실상 반대한다는 신호를 보낸 것인데도, 이 대통령이 특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지자 더 늦기 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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