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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피해 유족 “이민 택할 수밖에 없었다”

입력 : 2013-03-18 17:28:55 수정 : 2013-03-18 17:2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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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이가 우리 누나를 죽인 사람이 누구냐고 말하는 순간 한국에서 더는 살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민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18일 오전 11시, 서울 남부지법 형사3단독 서형주 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 참석한 박모(42·여)씨는 이 같은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지난 2011년 11월18일 수면제 20알을 삼키고 서울 양천구 한 아파트 15층 옥상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A(당시 14세)양의 모친이었다. 서울 양천구 S중학교에 다니던 A양은 당시 유서에 “내 편은 아무도 없다. 내가 죽으면 이 복잡한 것들이 다 해결되겠지”라는 내용을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 당시 가해자로 지목된 7명의 학생과 학교폭력 신고에 안일하게 대처한 담임교사의 행동이 논란이 됐었다.

2년이 흐른 아픔을 떠올리는 A양 가족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공판에서 피고인 채모(16)군 등 2명은 2011년 3∼11월 A양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공소사실에 대해 대부분 부인했고, 증인으로 참석하기로 했던 A양의 담임교사였던 안모(45)씨는 참석하지 않았다.

결국 재판이 흐지부지 마무리되자 A양 가족은 주저앉아 오열했다. 지난달 아시아의 다른 국가로 거주지를 옮겼다는 박씨는 “조금이나마 딸의 억울함을 풀고자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한국을 찾았는데 더 상처만 커졌다”며 “잘못이 없다는 선생님은 보이지도 않고, 가해 사실을 부인만 하는 학생들을 보니 내가 무엇을 위해 이곳에 왔는지 분할뿐”이라고 토로했다.

박씨는 힘들었던 그간의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딸이 죽은 뒤 둘째 아들(12)이 누나를 찾는 수준을 넘어 ‘죽인 사람이 누구냐?’며 충격적인 말들을 쏟아내는 걸 보고 이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며 “아직도 학교 측과 가해학생 측으로부터 단 한차례 사과도 받지 못했는데 아들이 나중에 알게 될지 겁이 난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둘째 아들이 한국에서 2차례 전학을 해도 소용없었고, 이제는 부모 없이는 밖에 못 나갈 정도”라며 상황을 전했다.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서는 “교내폭력이 죄라면 그걸 은폐하는 교사와 학교 행태도 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A양의 외할머니인 전모(65)씨는 손녀의 영정사진을 붙잡고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전씨는 “몇 번을 괴롭히고 몇 번을 때렸는지를 탓하자는 게 아니라 오죽했으면 죽음을 택했을지 헤아렸으면 좋겠다”며 “때린 사람이 발뻗고 자는 세상이 원망스럽다”고 흐느꼈다. ‘학교에 바라는 게 있느냐?’는 취재기자의 질문에 그는 “학생을 소중한 인격체로 대하면 이런 일도 없을 텐데…”라며 법정을 떠났다. 

오영탁 기자 oy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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