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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뜨고 당하는 보이스피싱…'귀신도 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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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4-05 18:53:56 수정 : 2020-10-06 14:2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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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싱’ 등 신종수법 기승
5년새 피해액 10배 껑충
당국 대책은 걸음마 수준

#1 직장인 A(34)씨는 지난 1월 “명의가 도용돼 범죄에 사용됐으니 수사에 협조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본인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OOO검사’라고 밝힌 상대방은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하니 검찰청 사이트에서 명의도용 피해신고를 하라”고 했다. 사이트에서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사건이 조회되는 것을 확인한 A씨는 불법 명의도용 피해신고를 위해 주민등록번호와 계좌번호, 보안카드번호 등을 입력했다. ‘검사’는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가능액을 ‘0’으로 만들어야 추가피해가 없으니 현금서비스를 받아 통장에 넣으라고 요구한 뒤 “B저축은행 직원이 피의자를 도와 정보를 빼돌려 내사 중이니 전화가 오면 내가 시키는 대로 답하라”며 ‘연기지도’도 했다. 그가 시키는 대로 한 A씨는 잠시 뒤 계좌에 있던 700만원이 빠져나간 것은 물론 B저축은행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500만원이 대출된 것을 알게 됐다.

 

#2 최근 회사를 퇴직한 C(56)씨는 인터넷뱅킹을 하기 위해 포털사이트 검색창을 통해 주거래은행 사이트에 들어갔다. ‘해킹 방지를 위해 전자금융사기 예방 시스템을 신청하라’는 팝업창을 본 C씨는 아무 의심 없이 ‘서비스 신청’ 버튼을 누르고 개인정보를 입력했다. 잠시 후 계좌에 있던 2000만원이 고스란히 빠져나갔다.

 

#3 직장인 D(26·여)씨는 지난달 한 커피 전문점의 ‘무료쿠폰’ 문자를 받았다. 첨부된 링크를 클릭하자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됐지만 접속이 되지 않았다. 단순 오류라 생각했던 D씨는 얼마 뒤 받은 휴대전화요금 명세서에서 소액결제로 30만원이 청구된 것을 발견했다.

 

‘남의 일’이 아니다. IT(정보기술) 강국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전자금융사기(보이스피싱)는 절도만큼이나 흔한 범죄다. 박근혜정부는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내세우지만 당국의 대책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5일 금융권과 경찰청에 따르면 2006년 1488건이었던 보이스피싱 신고건수는 2011년 8244건으로 5년 새 5배 이상, 피해액은 10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에는 5709건으로 전년에 비해 30%(건수 기준) 정도 감소했지만 이는 ‘통계적 착시’다. 전화로 공공기관을 사칭하거나 가족을 납치했다고 협박하는 수법의 보이스피싱만 포함된 통계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피싱사이트(가짜 홈페이지)나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스미싱’ 등 신종수법이 등장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은행이나 관공서 등을 사칭한 피싱사이트 차단 건수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총 22건에 불과했지만 2011년 1849건, 2012년 6944건으로 급증했다.

 

보이스피싱 수법의 진화 속도에 비하면 금융당국의 피해자 구제책이나 범죄방지 대책은 턱없이 뒤떨어진다. 금융권의 책임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사자의 잘못으로 인식하는 데다 경찰에 신고해도 금전적 보상이나 가해자 검거가 어려운 현실”이라며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 없이는 신종 수법도 계속 출현하고 피해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나·오현태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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