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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心에 주춤… 숨고르는 경제민주화 입법

입력 : 2013-04-18 13:38:16 수정 : 2013-04-18 13: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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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與의원 오찬
“대기업 옥죄기 안돼” 거듭 강조
“추경도 골든타임 넘기면 곤란”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경제민주화는 누구를 누르고 옥죄는 게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 15일 “경제민주화 법안 중 공약이 아닌 것도 포함돼 있다”며 ‘대기업 옥죄기’에 제동을 건 발언의 연장이다. 때맞춰 경제민주화 입법을 주도하는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도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규제강화를 골자로 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를 미루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경제민주화 속도조절로 선회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회 기획재정·정무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과 오찬을 함께하며 “경제민주화는 각 주체가 열심히 하면 잘 살고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 주체들이 열심히 경제활동을 하면 공정한 시장의 룰에 의해 불공정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여건을 만드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치 누구를 벌 주거나 쳐내거나 이런 개념으로 다루는 인상이 드는데 이는 경제민주화의 취지가 아니다”고 못박았다.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 강력한 규제와 압박이 자칫 대기업의 건전한 투자 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전략적 메시지로 읽힌다.

참석 의원도 경제민주화보다는 경제·투자활성화에 방점을 찍으며 화답했다.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은 “박 대통령이 보다 분명한 경제활성화·투자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정무위 법안심사소위 위원인 김용태 의원도 “중요한 것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고 거들었다. 정무위 소속으로 경제민주화 법안의 조속처리를 주문한 의원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추경예산 처리와 관련해 “의료계에서 골든타임이라는 용어가 있다. 응급상황에서 특정 순간을 넘기면 위험하니까 그 시간 안에 수술을 해야 한다”며 “추경도 그런 면에서 빨리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경제도 적기에 자극을 주지 않고 시기를 놓치면 빚만 진다. 추경하고 효과 못보고 그럴 수 있으니 적기에 효과 볼 수 있도록 여야 합의로 잘 풀어달라”는 것이다.

17일 열린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여야 의원이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를 제재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심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잇따라 제동 걸린 경제민주화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는 이날 일감몰아주기 관련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를 미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하도급거래 공정화법’이 지난 9일 소위를 일사천리로 통과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 때문에 4월 임시국회에서 공정거래법 처리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소위 위원장인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회의 뒤 “19일 대기업·중소기업 관계자를 불러 입장을 설명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벌 총수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를 강하게 규제하는 이 법안에 재계의 반발이 극심한 데다 박 대통령의 ‘진화 발언’ 이후 여당 내에서도 경제민주화 법안 조속 처리 목소리가 급속도로 약화됐기 때문이다.

편의점 등 프랜차이즈 본부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가맹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이날 소위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금융정보분석원(FIU) 데이터에 대한 국세청의 접근권 확대를 위한 법안의 심사도 불발됐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박 대통령의 공약과 관련된 법안이다.

이날 새누리당 최고·중진회의에서 이한구 원내대표는 “정부가 잘해야 지하경제 양성화가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고 자칫 잘못하면 지하경제를 확대해 활성화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무당국이 대대적인 세원 발굴에 나서면서 경제주체의 투자심리가 위축될 것을 우려해 견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정부가 불필요하게 재산증식 활동에 지장을 줘 금융시장 혼란을 가속화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국회 예결특위 정갑윤 위원장은 “국세청의 세정활동 강화는 합리적으로 대상을 선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법안심사소위는 박 대통령의 언급이 전해진 터라 조심스러운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은 불참을 통보해 6명만 참석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민주당 참석자 중 김기식, 강기정 의원은 이상직, 정호준 의원으로 바뀌었다.

이천종·박세준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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