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를 변형하면 어떤 재앙이 초래되기에 이런 소동이 벌어지는 것일까. 사실 유전자 변형에 대한 찬반 의견은 백중지세다. 유전자 ‘변형’인지 ‘조작’인지 우리말 표현도 통일되지 않았다.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유전자 바꾸는 것을 긍정하는 쪽은 ‘변형’, 비판하는 입장에서는 ‘조작’이라는 용어를 선호하는 편이다. 변형이든 조작이든 모두 본디 유전자를 바꾸는 작업을 이르는 명칭인 것은 마찬가지다.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GMO의 인체 유해 여부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이다. 생산량을 늘리고 인간에게 필요한 특정 영양소를 강화하는 이점이 있지만 안전성은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았다.
2000년에는 사료용으로 승인된 ‘스타링크’ 옥수수가 식용으로 팔린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기도 했다. 사람이 먹으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뚜렷한 부작용이 나타난 GM 옥수수였다. 하지만 식용 옥수수에 섞여 구분해내기 힘든 상황까지 가버린 것이다. 생태계를 교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캐나다 뉴펀들랜드 메모리얼 대학이 지난달 발표한 연구 결과가 흥미롭다. GM 연어와 교배된 후손 연어들이 다른 식용 물고기보다 빨리 자라 야생 물고기를 위협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신이 설계해놓은 생명 지도에 인간이 개입해 장난을 치는 건 왠지 불온하다. 변종 박테리아 하나에 꼼짝 못하는 인간에게 어떤 재앙이 닥칠지 불안하다. 그렇다고 식량자원을 해결할 생명공학을 무턱대고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욕망을 줄이고 신이 허용한 자원을 아끼며 최대한 공유하는 길만이 최선의 대안일지도 모른다.
조용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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