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숲 속 들어서면 한여름에도 서늘
46억년 전 고생대로 떠나는 박물관 여행도 신기 지난주 강원 태백을 다녀왔다. 여름 휴가지로 태백을 추천한 이가 많아 휴가지 점검을 위해서다. 평균 해발 700m 고원에 위치한 데다 삼림이 울창해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곳이다. 특히 숲 속에는 여름철에도 평균 섭씨 23∼26도 정도를 유지한다. 다들 덥다고 아우성치는 한여름에도 이곳은 ‘더위 열외지역’이라 할 만하다. 해마다 여름철이면 각 종목 선수단이 더위를 피해 앞다퉈 이곳으로 전지훈련을 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위를 피해서’ 떠나는 피서의 1차적인 목적에 부합하는 지역이다. 볼거리도 적지 않다. 이 즈음, 대덕산 금대봉을 오르면 형형색색의 야생화 군락을 볼 수 있는 데다 한강의 발원지로 자연의 신비감을 더해주는 검룡소, 물결이 만든 문인 구문소, 전국에서 유일하게 고생대 지층 위에 건립된 고생대자연사박물관, ‘안전테마 파크’ 인 365세이프타운 등이 여행객의 주요 방문지로 꼽힌다.
강원 태백은 야생화 군락지로도 유명하다. 요즘 두문동재에서 대덕산을 거쳐 검룡소로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 능선 곳곳에는 범꼬리, 노루오줌 등 야생화가 지천에 널려 있어 방문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
대덕산은 태백 여행에서 첫 번째로 찾은 곳이다. 두문동재에서 시작해 분주령(1080m), 금대봉(1418m), 대덕산(1307m)을 거쳐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로 이어지는 능선은 우리나라 최고의 야생화 군락지다. 트레킹을 하며 가장 많이 눈에 띈 야생화가 범꼬리다. “범의 꼬리를 닮았다고 해서 범꼬리라고 부른다”고 동행한 태백시 문화관광해설사가 설명했다. 범꼬리 군락 주변에는 향기를 좇는 나비들이 비행에 여념이 없다. 범꼬리 외에도 난생 처음 들어보는 진기한 이름의 야생화들이 능선을 타고 지천에 널려 있다. 요강나물 산꿩의다리 좀꿩의다리 개병풍 노루오줌 눈개승마 딱지꽃 물양지꽃 터리풀 짚신나물 조록싸리 벌노랑이 쥐털이슬 돌바늘꽃 여우오줌….
해설사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많은 꽃 이름 거명하고, 이들 꽃에 얽힌 다양한 얘기들을 쏟아냈다. 트레킹하는 내내 꽃들이 ‘미인대회’를 하듯 능선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고, 신이난 일행들은 쉴 새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야생화와 함께 천연기념물인 하늘다람쥐를 비롯해 대륙목도리담비, 오소리, 고라니, 청솔모, 방패벌레, 그림날개나방, 꽃등에, 맵시벌 등 다양한 동물들도 함께 살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이곳 트레킹 코스는 5월16일부터 10월31일까지 출입이 가능하다. 야생화 트레킹은 두문동재에서 금대봉∼분주령∼대덕산을 거쳐 검룡소로 내려오는 코스(4시간30분)와 그 반대로 검룡소에서 계곡을 따라 올라 두문동재로 나오는 코스, 검룡소에서 쑤아밭령∼금대봉∼분주령∼대덕산을 거쳐 검룡소로 다시 내려오는 원점 회귀 코스(6시간)가 있다. 최소 4일 전에 태백시청 홈페이지에서 예약해야 한다. 생태 보전을 위해 하루 탐방할 수 있는 인원을 3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한강 발원지, 검룡소
금대봉 산기슭에 자리한 샘인 검룡소는 하루 2000t의 지하수가 석회암반을 뚫고 나와 20여m에 이르는 계단식 폭포를 만든다. 그 물줄기가 용틀임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설에 따르면 서해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기 위해 한강의 시원을 찾아 거슬러 올라와 시원이 되는 연못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부림친 자국이라 한다. 금대봉에는 제당굼샘·고목나무샘·예터굼에서 물이 솟아나는데, 이 물이 다시 지하로 스며 들었다가 검룡소를 통해 다시 분출된다고 한다. 검룡소에서 솟아난 물이 골지천∼조양강∼동강을 지나 단양∼충주∼여주∼양수리∼서울을 거쳐 서해로 흘러들어간다.
석회암산에 구멍이 뚫려 만들어진 산을 가로지르는 강인 구문소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특이한 지형이다. |
고산준령들로 둘러싸인 고원지대인 태백은 5억년 전(고생대 캄브리아기)엔 얕은 바다였다. 지금도 삼엽충·완족동물·조개류·복족류·필석류·두족류 등 고생대의 화석들이 지층 곳곳에 남아 있는 태백에서도 고생대 지층이 가장 잘 보존되고 있는 곳은 천연기념물 제417호로 지정된 ‘구문소’ 일원이다. 물길이 뚫은 커다란 바위터널인 구문소 인근에는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박물관의 관람 동선을 따라가면 지구가 탄생한 46억년 전부터 선캄브리아시대,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까지 시간순서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했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시기별로 살았던 다양한 고대 생물들의 화석과 함께 이해를 더하기 위한 모형들도 눈길을 끈다. 고생대의 바닷속으로 들어온 느낌을 주는 입체영상실, 지질탐험을 주제로 화석을 직접 접해볼 수 있는 체험관, 전시된 것이 아닌 실제로 고생대 지층 위에 펼쳐진 화석을 만날 수 있는 야외학습장이 갖춰져 있다.
흐르는 물의 침식 작용으로 석회암으로 된 산에 구멍이 뚫리면서 만들어진 구문소는 3억∼1억5000만년 전에 형성됐다.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연못에서 시작된 물길은 구문소를 지나 봉화를 거쳐 낙동강 본류가 된다. 물에 의해 만들어진 커다란 지상 동굴은 세계적으로도 그 유형을 찾기 힘든 특수한 지형이다. 석회 동굴은 ‘자개문’, 동굴 아래 물이 고여 있는 깊은 소(沼)는 ‘구문소’라 한다. ‘구문’은 구멍, 굴의 옛말이다.
매봉산 경사면에 펼쳐진 고랭지 배추밭. 바람이 많은 곳이라 풍력발전기가 여러 대 설치돼 있다. |
해발 1303m으로 낙동강과 남한강의 근원이 되는 곳이기도 한 매봉산은 바람이 많이 지나는 길목으로, 바람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풍력발전기와 풍력발전기 아래로 산의 경사면을 따라 펼쳐진 110만㎡의 고랭지 배추밭으로 유명하다. 산야를 뒤덮은 고랭지 배추밭과 ‘쉬익∼ 쉭’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풍력발전기는 이국적인 정취를 느끼게 한다.
5일, 15일, 25일에 태백을 찾는 이는 통리 5일장을 가볼 만하다. 태백에서 삼척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자리한 산촌인 통동에서는 매월 5일, 15일, 25일에 통리 5일장이 선다. 통리장은 태백·삼척 인근에서 가장 붐비는 장으로 강원도 산촌 사람들의 사는 모습과 청정지역에서 생산된 웰빙형 먹거리를 챙길 수 있다.
태백=글·사진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여행정보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신갈나들목∼영동고속도로 남원주나들목∼중앙고속도로 제천나들목∼영월∼태백 코스로, 중부고속도로는 호법나들목∼영동고속도로 남원주나들목∼중앙고속도로 제천나들목∼영월∼태백을 이용하면 된다. 주요 연락처는 태백시청 관광문화과 (033)550-2081, 태백시 종합관광안내소 (033)550-2828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신갈나들목∼영동고속도로 남원주나들목∼중앙고속도로 제천나들목∼영월∼태백 코스로, 중부고속도로는 호법나들목∼영동고속도로 남원주나들목∼중앙고속도로 제천나들목∼영월∼태백을 이용하면 된다. 주요 연락처는 태백시청 관광문화과 (033)550-2081, 태백시 종합관광안내소 (033)550-2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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