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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름다운 박물관] 충주, 술 향기에 빠지다…술문화 박물관 리쿼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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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7-19 15:32:25 수정 : 2014-01-08 0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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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 탄금호(彈琴湖)를 끼고 세계술박물관 리쿼리움이 자리하고 있다. 탄금호는 신라의 악성 우륵이 가야금을 연주한 장소. 선인들이 풍류를 즐겼던 탄금호가 내려다보이는 리쿼리움(liquorium)은 그야말로 최적의 위치다.

# 와인·맥주·탁주 한곳에서 만난다

실제 위스키로 유명한 '시바스 리갈' 제조에 사용됐던 증류기로 꾸며진 박물관 입구부터 세계 술 문화의 향연이 펼쳐진다. 증류기를 지나 자그마한 입구를 따라 박물관 내부로 들어가면 술 문화의 집약된 공간과 마주한다. 

와인관에서는 와인의 역사와 제조법을 비롯해 각 나라별 유명와인, 보관법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제정(B.C 1750년경)된 함무라비법전에도 기록될 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중의 술 맥주의 역사와 문화를 알아볼 수 있는 맥주관, 한국의 술에 관련된 유물과 탁약주, 소주 제조 모형이 전시된 전통주관 등 다양한 술 문화를 한 눈에 접할 수 있다. 

1830년대 프랑스 꼬냑 지방에서 제작돼 1980년대까지 사용된 꼬냑 브랜디 증류기는 꼬냑의 고전적인 주조과정을 보여준다. B.C 7세기 이집트 무역선이 침몰하면서 오랫동안 바닷속에서 잠자고 있던 암포라(와인 항아리)도 위대한 세월의 흔적을 가늠케 한다. 

다년간 주류회사에서 근무했던 ‘마스터 블렌더’ 이종기(57) 관장은 해외에서 직접 사용됐던 증류기 등을 충주로 옮겨와 박물관을 설립했다. 작지만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와인 오프너부터 와인 브랜디 위스키 등을 담았던 오크통,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증류기까지 술의 모든 것을 접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시실 한 곳에 마련된 동양주관은 우리 선조의 음주문화를 설명하고 향음주례 정신을 강조하는 설립자의 마음이 담겨있다. 와인 만들기, 전통주 막걸리 빚기, 세계화 시대 음주상식과 예절을 배우는 교육 프로그램도 단지 ‘즐기는’ 음주가 아닌 예(禮)로써 술을 대하는 ‘주도’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 위스키 숙성과정 ‘천사의 몫’

‘천사의 몫’은 관람객으로부터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이란다. 위스키 숙성 과정은 ‘천사의 몫(Angel’s Share)’이라는 비유로 설명된다. 우리나라 장독과 같은 오크통에 오랜 시간 숙성하다보면 매년 약 2~3%가량의 원액이 증발한다. 이렇게 사라지는 위스키를 옛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천사가 마신다 하여 ‘천사의 몫’이라고 불렀다. 위스키에 대한 스콜틀랜드인의 애정과 자부심이 고스란히 녹아난 표현이기도 하다.

리쿼리움에서 ‘천사의 몫’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은 위스키의 색깔에 먼저 반하고, 향에 두 번째 매료된다. 실제 와인의 저장소인 오크통의 숙성과정을 보여주는 ‘천사의 몫’은 위스키를 직접 눈과 코로 느끼며 위스키의 매력 속으로 관람객을 인도한다. 술이 만들어지는 숙성 과정에 대해 과학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줄어드는 위스키의 양은 천사가 내려와 마시고 갔다하여 ‘천사의 몫’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오래 숙성된 위스키가 비싼 이유도 천사의 몫까지 우리가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재미있다.


# 선인의 풍류가 이러했을까?

리쿼리움은 탄금호 주변 야외 잔디 공연장을 포함하고 있다. 야외잔디공연장에서는 발효 과학 체험과 전통발효음식, 청소년 음주 예방교육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여 과학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공간이 되고 있다.

이날 마침 7월8일부터 8월25일까지 열리는 세계조정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따사로운 봄날 호수의 잔잔한 물결은 선수들의 힘찬 노 젓기로 역동적으로 출렁였다.

리쿼리움은 각기 다른 색깔을 머금은 탄금호의 사계절을 품고 있다. 봄에는 벚꽃이 화사하게 호수 주변을 수놓고, 여름에는 싱그러운 녹음이 청정함을 안긴다. 가을에는 갈색 낙엽이 운치를 더하고, 겨울에는 새하얀 눈이 쌓여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한다. 리쿼리움의 모든 전시공간을 감상하고 돌아와 탄금호를 내려다보이는 아트홀에서 즐기는 와인과 커피 한잔은 그 어디서도 맛보지 못한 깊이를 품고 있다.

“잊혀져가는 선조의 술 문화 계승해야죠” - 세계술문화 박물관 리쿼리움 이종기 관장

이종기 관장은 평생을 술에 빠져 살았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서울대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다국적 주류회사에서 27년간 국내산 양주 개발과 시바스리갈, 조니워커 등 유명 양주의 국내 론칭을 담당한 발효·숙성 전문가인 그는 현재 한경대학교 생명공학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관장은 리쿼리움을 설립해 관람객을 '아름다운' 술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그는 “지난 30년간 전 세계를 다니며 수집한 전시물로 박물관을 만들었다”고 리쿼리움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리쿼리움은 술과 발효에 대한 역사, 문화 및 제조 유물을 전시한 종합 발효 문화 박물관입니다. 발효의 원리와 예술적 가치를 탐색하고 옛 선조들의 전통을 계승하고 보존하고 싶어 박물관을 만들게 됐죠. 잊혀져가는 우리 고유의 올바른 음주문화를 교육하고 확산하는데 주력하고 있어요.”

이 관장은 리쿼리움의 가장 큰 매력에 대해 다양한 세계 술 문화를 한곳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외국 각지 술박물관을 방문해보면 특정 주류를 중심으로 한 박물관이 다수예요. 프랑스 와인박물관, 영국 위스키박물관, 일본 사케박물관, 독일 맥주박물관 등이 그 예죠. 리쿼리움은 전 세계에서 유일한 동서양 술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발효과학과 증류과학이 담긴 박물관으로 술에 관련된 모든 유물들을 한곳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곳입니다.”

리쿼리움을 돌아보며 술이 부정적인 의미로만 인식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리쿼리움은 술의 발효, 증류 과정을 통해 과학을 이해시키고, 잊혀지고 있는 우리 고유의 향음주례 등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전통 음주문화에 대한 예의와 법도를 가르치고 있다. 청소년 음주예방교육도 실시해 청소년기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설명하고 있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술 주시나요?’ 묻던 청소년들이 관람과 교육을 통해 단순히 술에 대한 호기심이 아닌 잊혀진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바뀌어 있더라고요. 술의 역사와 문화, 제조를 보여주는 유물을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전시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발효나 증류가 쉽고 재미있는 분야라는 알았으면 좋겠어요. 옛 선조들의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보존해 지역문화 예술 발전에도 공헌하고 싶습니다.”


▶관람안내 

오전 10:00~오후 18:00 관람료 대인 4000원 소인 3000원
휴관일 매주 목요일, 명절전날, 명절날 (별도 휴관일은 홈페이지 공지)
홈페이지 www.liquorium.com T.043-855-7333

▶ 찾아가는 길

주소:충주시 가금면 탑평리 51-1
대중교통:충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400번대 버스 - 중앙탑 공원 하차 - 세계술문화박물관
자동차:영동선 강릉방향 - 여주휴계소 직후 - 중부 내륙 고속도로 - 북충주IC - 우회전 82번 국도 충주방향 - 중앙탑 공원내

글·사진=정은나리 기자, 리쿼리움

본 콘텐츠는 <가족을 생각하는 TOYOTA(도요타)>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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