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 거센 반발… 진통 예고 정부가 학생들이 낸 기성회비를 교직원 복지비 등으로 ‘쌈짓돈’처럼 써 온 국립대의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9월부터 각 국립대학의 ‘공무원 직원’(비교원직)들에게 주던 급여보조성 경비를 완전 폐지하고, 교원 수당도 업적평가에 따라 차등 지급토록 한 것이다. 하지만 교직원의 실질급여 삭감에 따른 당사자들의 반발이 커 진통이 예상된다.
각 국립대학이 다음달 말까지 기성회 이사회를 열어 9월부터 공무원 직원에 대한 급여보조성 경비 지급을 완전히 폐지하고, 이를 통해 절감되는 재원을 등록금 인하 등 학생들에게 되돌려주라는 게 방안의 골자다. 기성회 회계에서 일괄적으로 지급하던 국립대학 교원의 연구보조비 등도 연구 실적·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도록 했다.
박백범 교육부 대학지원실장은 “국립대학의 기성회 회계 급여보조성 경비가 학생 등록금 부담을 가중시키고, 다른 국가기관 공무원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 바로잡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성회는 수익자부담 원칙으로 국립대학의 취약한 재정기반을 보완하고 교육여건 등을 개선하기 위해 1963년 도입된 후원회 성격의 민간단체로, 학부모 보통회원과 기부자 특별회원으로 구성된다. 기성회비의 주요 재원은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국립대학의 기성회 회계 세입규모는 기성회비 1조3355억원을 포함해 2조2073억원에 달한다.
국립대들은 그동안 사립대 교직원과의 보수 격차를 줄이고 교직원의 교육·연구 성과를 높인다는 취지로 기성회 회계에서 각종 수당을 교직원에게 지급했다. 이 같은 급여보조성 경비는 지난해만(결산 기준) 교원(1만4978명)에게 2301억원, 공무원 직원(6103명)에게 559억원이 각각 지급됐다.
이 결과 국립대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도 커졌다. 지난해 기준 국립대 평균 연간등록금 411만1000원 중 수업료는 104만7000원에 불과했으나 기성회비는 306만4000원으로 등록금 비중의 74.5%를 차지했다.
앞으로 기성회비 수당 지급이 폐지되면 국립대 공무원 직원 1인당 연간 990만원가량 연봉이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의 수당 지급액이 전부 기성회비 감액으로 이어지면 국립대 재학생 1인당 등록금은 연간 10만2000원(2.5%) 인하 효과가 있다.
연간 1000만원 가까운 급여가 깎이게 생긴 국립대의 공무원 직원이나 실적·성과 평가 결과에 따른 수당만 손에 쥐게 된 교원들은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지방의 한 국립대 총장은 “지방대를 살리겠다는 정부가 서울 주요 사립대의 값비싼 등록금은 손도 못 대고 지방 거점대학인 국립대를 표적 삼아 교직원들의 사기를 꺾는 게 말이 되느냐”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다른 국립대 총장은 “50년간 이어온 제도를 교육부가 사전협의도 없이 군사작전 하듯 갑자기 폐지하라고 밀어붙였다”며 “‘국립대 총장들이 공감했다’고 전하는 교육부의 저의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9월 이후 공무원 직원에 대한 급여보조성 경비 지급을 폐지하지 않은 국립대에는 행·재정적 제재를 하기로 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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