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는 일제에서 후작 작위를 받아 친일인사로 지목된 조선왕족 이해승의 손자가 정부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소송과 관련해 서울중앙지법이 개정 친일재산귀속법에 대해 제기한 위헌법률심판제청에 대해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합헌으로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2011년에 개정된 친일재산귀속법은 ‘한일합병의 공으로’ 작위를 받은 경우에 재산을 국가에 귀속하도록 한 구법과 달리, 공과 상관없이 작위만 받기만 했으면 친일인사로 보고 재산을 국가에 귀속시킬 수 있도록 했다.
구법에서는 재산의 국가 귀속 대상이 아닌 사람도 개정법에서는 대상이 되면서 소급입법금지원칙에 어긋나는 게 아닌지 논란이 있었다.
헌재는 “일제에서 작위를 받았다면 반민족적 정책 결정에 깊이 관여했을 개연성이 있고 그 자체로도 일제강점 체제의 유지·강화에 협력한 것”이라며 “작위를 받았더라도 이를 거부하고 반납하거나 이후에 독립운동에 적극 참여한 경우 예외로 인정하는 규정도 포함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재산권이나 평등 원칙을 침해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철종의 생부인 전계대원군의 5대손인 이해승은 1910년 후작 작위와 함께 현재 가치로 수십억원에 달하는 은사금 16만8000원을 일본 정부에서 받았고, 황국신민화 운동을 위해 결성된 조선임전보국단의 발기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후 우리 정부는 이해승의 손자가 상속받은 경기도 포천의 땅 180만㎡(환수 당시 시가 300억원대)에 대해 국가귀속 결정을 내리고 2009년 7월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쳤으나, 손자는 “한일합병의 공 때문인 아닌 왕실 종친이라 받은 것”이라며 소송을 낸 뒤 대법원에서 ‘국가귀속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까지 받아냈다.
국회는 법원 판결에 들끓는 여론을 따라 친일재산귀속법을 개정해 작위만 받았더라도 재산을 국가에 귀속시킬 수 있도록 규정을 고쳤고,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소송을 맡은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법률의 위헌 여부를 지켜보겠다며 판결을 연기해놓은 상황이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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