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휴가 후 靑관저 머물러, 정국 가늠자 복귀일성에 주목
민주당의 장외투쟁 나흘째인 4일 청와대는 조용히 박 대통령의 업무복귀를 준비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전날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및 국회 국정조사 파행으로 얽힌 정국 타개를 위해 박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을 제안한 데 이어 이날 다시 “박 대통령이 답할 차례”라고 압박을 가했지만 청와대는 이렇다 할 반응을 내보이지 않았다.
청와대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여야 대치와 거리 두기를 하고 있지만 내심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국정조사 파행은 국회 안에서 풀 문제”라는 식으로 일관하기에는 박 대통령을 직접 ‘타깃’으로 한 야당의 공세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어서다.
다시 등장한 촛불집회도 미미하지만 조금씩 세를 불려가고 있다. 특히 야당이 장외 투쟁을 장기화하며 국회 파행 사태가 이어질수록 민생 살리기를 위해 9월 정기국회에서 다뤄야 할 관련 법과 예산안 처리가 쉽지 않은 탓에 언제까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처지다.
박 대통령이 경남 거제 저도에서의 짧은 휴양을 마치고 휴가 기간의 대부분을 청와대 관저에 머문 것도 이런 정국 난맥상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서였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대치를 한 발짝 떨어져 지켜보며 정국 구상을 마친 박 대통령의 ‘복귀 일성(一聲)’이 결국 폭염 속 끝모를 국회 대치 정국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으로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말과 휴일 이틀 동안 야당의 장외투쟁을 바라보는 청와대 내부의 기류를 보면 박 대통령이 상식 수준의 언급 외에 어떤 적극적 해법을 내놓거나 하는 식의 ‘개입’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대치 정국을 풀기 위한 여야 간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도 전에 대통령이 나서는 자체가 순서상 맞지 않다는 인식이 짙다.
다만 김한길 대표의 단독회담 제안을 면전에서 거부하면 불필요하게 야당을 자극할 수 있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월 민주당 김 대표로부터 국정원 관련 국정조사 수용을 촉구하는 서한을 받았을 당시에도 이정현 홍보수석을 통해 “의혹을 밝힐 필요가 있지만 절차는 대통령이 아닌 국회가 논의해야 할 일”이란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결국 박 대통령으로선 여야의 물밑접촉 결과와 여론 추이를 당분간 예의주시한 뒤 충분한 시간을 가지며 입장을 정리해가는 시나리오가 유력해 보인다.
김재홍 기자 h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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