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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지방의원 비리백태

입력 : 2013-08-05 20:19:35 수정 : 2013-08-06 13:4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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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착 비리부터 성범죄까지…
재보선에 혈세낭비… 막을 수 없나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지방의원들의 부정·비리 행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법의 심판을 받는 경우는 물론, 의원직 자리를 잃어 다시 선거를 치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20년이면 사람이 태어나 성인이 될 수 있는 기간이지만 아직까지도 ‘지방의회 무용론’을 주장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임기 중 사법처리 1230명


5일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한 뒤 지난해까지 임기 중 비위 사실로 사법처리된 지방의원은 1230명으로 집계됐다. 임기가 끝난 뒤 비리 사실이 적발된 경우는 제외한 것이어서 지방의원의 비리와 부정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1∼6기까지 지방의원들의 비위행위를 분석한 결과 초기에는 뇌물수수가 지방의원들의 ‘단골’ 비리였다면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선거법 위반이 가장 많았다. 1기(1991년4월∼1995년7월)에는 비리를 저지른 지방의원 164명 중 68명(41.5%)이 뇌물수수로 처벌을 받았으며 2기(1995년8월∼1998년6월)에도 82명 중 33명(40.2%)이 뇌물수수로, 가장 많았다. 3기(1998년7월∼2002년6월)에는 뇌물수수의 비중이 32.6%로 줄어들었으며 4기(2002년7월∼2006년6월)부터는 선거법 위반이 과반을 차지했다. 4기에는 368명 중 219명(59.5%)이, 5기(2006년7월∼2010년6월)에는 323명 중 202명(62.5%)이 공천이나 선거 과정에서 비리를 저질러 임기 중 사법처리됐다. 2010년 7월 시작된 6기도 지난해 10월까지 집계된 69명 중 68%인 47명이 선거법 위반으로 법의 심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뇌물수수와 알선수재 등 고질적인 비리도 여전히 나타나고 있으며 도로교통법 위반, 사기, 도박, 폭행, 성범죄 등 지방의원들의 비리 행태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수준이다. 한 지방의원은 만취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행인을 치고 달아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으며 또 다른 지방의원은 자신의 전화를 예의 없게 받았다며 공무원을 폭행했다가 낙마했다. 어떤 지방의원은 유사성매매업소에 출입하다가 경찰 단속에 적발되기도 했다.

◆지난 3년간 비리로 인한 재·보선만 79회

각종 비리행위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확정되면서 임기가 끝나기 전에 의원직을 잃거나 추문의 당사자나 수사 대상이 되는 지방의원들이 스스로 물러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6기 지방의회가 시작된 뒤 올해 상반기까지 3년간 전국에서 총 6차례에 걸쳬 지방의원 146명에 대한 재·보궐선거가 실시됐다. 5기 지방의회에서도 4년 동안 6차례에 걸쳐 150건의 지방의원 재보선이 치러졌다.

6기 지방의원에 대한 재보선이 실시된 146건 가운데 사망으로 인한 20건을 제외한 126건(86%)은 지방의원 개개인의 문제로 인해 선거가 치러진 경우였다. 특히 출마를 위해 중도 사퇴한 44건을 제외하면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가 된 경우가 36건, 선거범죄를 제외한 다른 범죄사실로 형이 확정돼 피선거권을 상실한 경우가 34건에 달했다. 재판 도중 사퇴한 경우(9건)까지 포함하면 재보선의 과반(54.1%)이 지방의원의 비리로 인해 치러진 셈이다. 5기 지방의회에서도 선거법 위반이 68명, 피선거권 상실 18명 등으로 재보선이 실시된 경우의 절반 이상(57.3%)이 지방의원의 개인비리로 인한 것이었다. 특히 매번 선거를 치를 때마다 드는 비용은 유권자들의 부담이라는 점에서 지방의원들의 잦은 비리가 국민의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방의원에 대한 부실한 검증이 원인

이처럼 지방의회가 비리와 부정의 대명사가 된 것은 지방의원들에게 주어진 권한에 비해 규제와 검증의 수위가 낮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방의원에게는 해당 지역의 예·결산에 대한 심의 권한이 있을 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 구속력을 갖는 조례를 제정할 수 있는 권한 등이 부여된다. 이로 인해 지방의원들이 지역 내 각종 이권에 개입하거나 지역 내에서 부당한 청탁의 상황에 노출되는 경우가 잦다. 하지만 지방의원에 대한 겸직 제한 규정은 국회의원에 비해 엄격하지 않은 편이다.

안행부의 ‘제6기 후반기 지방의회 현황’에 따르면 광역의원의 경우 850명 중 180명(21.2%)이 지방의원 외에 다른 직업을 겸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에는 상업을 겸하는 의원이 33명에 달했고 농축산업(19명), 건설업(13명), 교수(12명) 등이 뒤를 이었다. 기초의원은 2853명 중 829명(29.1%)이 겸직 의원으로 10명 중 3명은 다른 일을 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모호한 겸직 규정이 지방의원의 존재 이유인 지자체에 대한 견제와 감시 역할에는 소홀하고, 각종 이해관계에 엮이게 되는 원인을 제공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에서 이들의 자질이나 능력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지방의회가 비리의 온상이 된 이유다. 정당공천 과정에서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 데다 유권자들도 지방의원들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표를 던지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묻지마 선거’로 변질되면서 단체장이나 국회의원에 비해 지방의원들이 상대적으로 여론의 감시에서 자유롭다보니 비리를 저지를 여지는 더 커지는 것이다.

이태영 기자 wooa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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