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6일(한국시간) 최고 연봉자인 알렉스 로드리게스(38·뉴욕 양키스)를 비롯한 13명의 선수에게 출장정지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8일부터 징계가 적용되는 로드리게스에게는 올 시즌 49경기와 내년 시즌 162경기를 더한 211경기 출장 정지라는 사상 초유의 중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복귀가 가능한 2015시즌에 한국 나이로 마흔 한 살이 되는 로드리게스에겐 사실상 은퇴 종용이나 다름없다.

여론이 나빠지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2001년 마이너리그에 무작위 도핑검사 도입을 시작으로 2004년 국제 기준에 맞는 도핑 테스트를 하기로 합의했다. 2005년 말에는 약물 복용 첫 적발 때는 50경기, 두 번째는 100경기, 세 번째에는 영구 추방하는 ‘삼진아웃제’가 도입돼 처벌이 강화됐다.
이처럼 강력한 제재안이 마련된 뒤에도 수없이 스캔들이 터져나왔다. 2007년 ‘미첼 리포트’에는 전·현직 메이저리거 80명의 실명이 공개됐다. 이어 2011년 매니 라미레스(당시 탬파베이)가 두 번째 도핑 적발로 10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리고 올해 초 선수들의 약물 공급책 노릇을 한 앤서니 보시가 붙잡히면서 슈퍼스타인 라이언 브론(밀워키)과 로드리게스 등이 무더기 징계를 받는 사태로 번졌다.
하루아침에 모든 명예를 잃을 위험을 감수하고서도 왜 스포츠 스타들은 약물 복용의 유혹에 빠질까. 이유는 간단하다. 약물에 의지해 더 좋은 성적을 올려 더 큰 명예와 더 많은 부를 만지기 위해서다. 나이가 들면 신체능력은 자연히 감소할 수밖에 없다. 젊은 시절 슈퍼스타의 위치에 오른 선수들일수록 그 달콤함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이 때문에 약물의 힘을 빌려서라도 노쇠화를 막아보려는 유혹에 빠지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홈런(762홈런)의 주인공인 배리 본즈나 그 기록을 깰 수 있는 유일한 선수로 거론됐던 로드리게스(647홈런)가 대표적인 예다. 둘은 약물 복용 없이도 최고의 선수였다. 그러나 그 자리에 오르자 폭등한 연봉과 그로 인한 주변의 기대, 그리고 끝없는 욕심 때문에 금지약물이라는 ‘금단의 열매’에 손을 대게 됐다. 아울러 도핑 테스트가 선수 전체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 데다 약물복용 수법도 예전보다 더 교묘해지면서 적발 위험보다 약물로 얻을 이익이 더 크다는 것도 약물 스캔들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이유 중 하나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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