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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국토부 ‘낙동강 녹조’ 싸고 정면충돌

입력 : 2013-08-09 19:50:45 수정 : 2013-08-10 10: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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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MB정부때 공무원 동원 녹조 제거”
국토부 “정부로서 당연한 조치… 은폐 아니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낙동강 중하류에서 발생한 녹조를 둘러싸고 정면충돌하고 있다. 환경부가 “MB정부 당시 공무원들이 동원돼 녹조를 제거한 적이 있다”고 녹조발생의 원인을 사실상 4대강 사업 때 만든 보(洑)로 돌리자 국토부가 “정부의 4대강 녹조 제거는 당연한 것”이라며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환경부가 MB정부에서 녹조가 발생했다고 부각되는 것이 두려워 이를 은폐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녹조를 걷어냈다고 하자 ‘은폐 의도’가 아닌 당연한 조치였다고 맞받아친 것이다.

환경부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MB정부에서는 공무원들이 동원돼 인력으로 녹조를 치워 시각적으로 숨기거나 상수원으로 이용하지 않는 영산강에서도 댐 방류를 했다”고 밝혔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녹조를 사람의 손으로 걷어내는 것은 한계가 있는데 4대강 사업이 수질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무리를 했다”며 “지방청 공무원들을 동원해 녹조를 인위적으로 걷어낸 사실 등은 환경부 내부에서만 알고 있던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 페인트 뿌려 놓은 듯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 9일 오후 낙동강 하류인 경남 창원시 본포교 본포취수장 앞에 거대한 녹조 띠가 확산되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그동안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4대강 사업 때 만든 보가 여름철 녹조현상을 악화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MB정부가 4대강 사업의 폐해를 공무원들을 동원해 은폐하려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그러나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국가하천관리의 책임자로, 녹조로 인해 국민 건강 등이 위협을 받으면 문제 해결을 위해 최대한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당연한 임무”라며 “지방 환경청 등이 나서 녹조를 걷어낸 것이 4대강 사업의 폐해를 은폐하기 위한 조치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녹조 제거를 위해 상수원으로 이용되지 않는 영산강에서도 댐 방류를 실시했다는 환경부 지적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녹조가 많아지면 서로 엉켜 물에 뜨는 ‘스컴’이 발생하는데 미관이나 악취 문제로 취수장 관리자나 보를 관리하는 수공 등에서 일상적으로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며 “그러나 녹조는 단세포 식물로 실제 걷어내기가 어려워 제거 효과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환경부와 국토부의 녹조 공방에 대해 양 부처가 국민 불안감 해소는 뒷전인 채 서로 책임을 전가하려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녹조발생 원인에 대한 정부의 잘못을 떠안지 않으려는 데만 관심을 보이는 행태라는 것이다. 사실 정부 부처인 환경부가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이전 정부에서 녹조 제거를 위해 강제로 공무원들을 동원했다는 사실까지 공개한 것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국토부가 환경부의 주장을 반박한 것 역시 MB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주도한 정부기관으로서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세종=우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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