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복지정책을 수립하는 일도 결국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세계 경제학계의 ‘석학’으로 통하는 장하준(50·사진)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말이다. 장 교수는 한국미래학회(회장 김성호 연세대 교수)가 9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이사장 이인호)에서 주최한 제4회 덕산(德山)미래강좌에 참석해 ‘한국 복지국가의 미래 : 역사에서 배우는 교훈’을 주제로 강연했다.
장 교수는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를 둘러싼 논쟁 등 복지에 관한 우리 사회의 다양한 견해를 소개한 뒤 미래 예측의 실패가 복지정책 수립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경제학자나 복지 전문가 누구도 고령화가 이렇게 급속하게 진행될 줄 몰랐다는 것이다.
“사람이 60세까지 일하고 70세에 죽는 것을 전제로 만든 복지정책을 시행하는 동안 70세까지 일하고 85세에 죽는 세상이 됐습니다. 그러다 금방 또 85세까지 일하고 100세에 죽는 세상이 됩니다. ‘고령화’라고 하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요인이 정확한 복지정책의 수립과 시행을 더욱 어렵게 만든 겁니다.”
장 교수는 “그동안 ‘미래학’이란 분야와 별로 인연이 없었는데 이렇게 강연자로 초청을 받았다”면서 “실은 어릴 때부터 미래학과 관련을 맺었다. 공상과학(SF)소설을 좋아했다”고 말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그는 “1960년대에 ‘한국이 50년 뒤 세계적인 휴대전화 수출국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면 다들 웃었을 것”이라는 말로 미래 예측의 중요성과 미래학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정주연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1부에 이어 2부 순서가 이어졌다. 2부는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장 교수와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가 복지 재원 마련, 세금 인상 등 여러 현안을 놓고 대담을 나눴다.
덕산은 박정희정부 시절 경제부총리를 지낸 이한빈(1926∼2004) 박사의 호다. 덕산은 일찍이 미래학의 중요성을 깨닫고 한국미래학회 설립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한국미래학회와 아산정책연구원은 덕산의 뜻을 기려 지난 2월부터 2개월에 한 번씩 저명한 학자를 초청해 덕산미래강좌를 열고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