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성폭행 이어 또… 기강해이 비판 커질 듯 국군 정예장교를 양성하는 육군사관학교가 휘청거리고 있다. 교내 성폭행 사건에 이어 해외 봉사활동에 나섰던 학생들의 음주·마사지 업소 출입사실이 또다시 적발됐다.
정전 60주년을 맞아 한국전쟁 참전국 봉사활동을 간 육군사관학교 생도 중 일부가 숙소를 무단 이탈해 마사지 업소 등에 출입한 사실이 드러나 퇴교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 생도 간 성폭행이라는 초유의 사건으로 육사교장(중장)이 전역조치 된 뒤 두 달도 되지 않아 또다시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해 육사생들의 기강 해이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9일 육군 등에 따르면 육사는 이 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생도 9명에 대해 공무출장 중 지시 불이행 혐의로 자체 조사를 거쳐 퇴교 조치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육사는 이같은 결정에 대해 26일로 예정된 학교장 승인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육사 생도 173명은 지난 5일부터 12일까지 7박8일 일정으로 태국 깐자나부리와 방콕을 방문하는 ‘2013년도 태국 전사연구·봉사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들은 태국 수도 방콕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한국전 참전 용사촌 람인트라 지역을 방문해 집수리와 식목활동을 했다. 봉사활동은 8∼9일 이틀간 진행됐고 나머지 일정은 관광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예정된 봉사활동을 마친 생도들은 9일 유명 관광지인 파타야의 한 호텔에 짐을 풀었고, 오후 8시부터 호텔 내 휴식 일정이 잡혀 있었다. 하지만 생도 중 9명은 규정을 어기고 각각 4명, 5명씩 짝지어 숙소를 빠져나갔다. 이들은 시내 근처를 돌아다니며 술을 마시고 마사지 업소에 들렀다가 순찰 중이던 훈육장교에게 발각됐다.
이들은 학교 조사에서 “시장을 구경하고 전통 마사지를 받았을 뿐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봉사활동에는 특히 백승주 국방부 차관까지 동행해 육사 생도의 기강 해이와 생도 지도관리 부실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육사는 앞서 지난 5월22일 학교 축제 기간 중 지도교수가 주관한 전공학과 점심식사에서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마시고 술취한 남자 생도가 2학년 여자 생도를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해 군과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육군은 이 사건으로 박남수(58·육사 35기) 육사 교장(중장)을 전역 조치하고 장성 2명, 영관장교 8명 등 총 11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대대적인 문책을 단행했었다. 육사는 이후 신임 교장을 위원장으로 한 ‘육사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사관생도 인성교육과 교수 및 훈육요원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박영준·김민순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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