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차명관리 둘러싼 ‘집안 법정싸움’ 영향
동생 재우씨 150억·신명수씨 80억 납부키로
일각선 “사후 현충원 안장 노린 정지작업” 분석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해 그의 친인척 전반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가운데 노태우(사진) 전 대통령 측이 미납 추징금을 조만간 완납하기로 해 주목된다. 전씨가 1672억원을 내지 않고 버티는 모습과 극명하게 대조를 이룬다.
노씨 측이 아직 내지 않은 추징금은 230억여원. 이 돈을 어떻게 낼 것인지를 놓고 노씨와 그의 동생 재우씨, 전 사돈인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 등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바람에 지난 수년간 추징금 환수는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검찰이 최근 특별환수팀까지 구성, 1600억원이 넘는 추징금을 미납한 전씨 일가에 대한 파상 공세를 펼치자 노씨 측 분위기도 반전됐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씨 등은 최근 회의를 갖고 미납 추징금 230억4300만원 가운데 동생 재우씨가 150억원, 신 전 회장이 80억4300만원을 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씨 등은 이미 추징금 납부에 관한 합의문 작성까지 마친 상태로, 마지막 서명만 남겨두고 있다. 이들은 서명을 한 뒤 이달 30일쯤 추징금을 낸다는 계획이다.
노씨는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군형법상 반란·내란과 뇌물수수죄 등으로 징역 17년, 추징금 2628억여원을 확정받은 뒤 그동안 꾸준히 납부했다. 현재까지 추징금의 90%가 넘는 2397억원이 국고에 귀속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노씨 측이 비교적 성실하게 추징금을 납부한 것을 두고 사후 국립현충원 안장을 위한 여론 조성 작업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현행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국장을 치른 경우에는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최근 전씨의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한 검찰 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되면서 노씨와 재우씨, 신 전 회장이 상당한 압박을 느꼈다는 분석도 있다. 검찰은 지난 5월 재우씨의 오로라씨에스 비상장 보통주 33만9200주를 매각해 추징금으로 환수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지난달에는 신 전 회장을 소환조사하기도 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 추징금을 조금씩 납부해 재우씨는 70억원만 더 내면 되는데도 120억원에 대한 ‘이자’까지 계산해 150억원을 내기로 하고, 신 전 회장 측은 추심 시효가 지나 납부 의무가 없는데도 분납 의사를 밝히는 등 조금씩 ‘양보’한 점도 이 같은 상황을 뒷받침한다.
박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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