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참모진이 국정 주도…부처 성적표 본격 챙길 듯
“우리 부처의 산하기관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기관의 수장이 임명됐는데 나도 잘 모르는 사람이다.”(한 부처 장관)
‘책임총리·장관제’를 실현하겠다던 박 대통령의 약속이 집권 6개월 만에 공수표가 되고 있다. 총리와 장관이 정책 및 인사의 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각종 국정 현안에 대한 대책을 일일이 지시하는 박 대통령의 ‘깨알 리더십’이 장관의 자율권을 제약하고 청와대가 사실상 모든 정부 고위직 인사를 주도하면서 내각이 대통령 눈치만 보는 구태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 총리는 ‘책임총리’보다는 관리형 이미지가 강하다. 정 총리는 진주의료원 사태, 원전부품 비리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소신을 갖고 의견을 조율하거나 갈등에 선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부처 장관도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여러 지적과 지시, 질책을 쏟아내면 참석자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말씀’을 받아적기에 바쁜 풍경이 매번 연출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대통령의 지적에 따라 부처가 정책을 내놓는 ‘뒷북행정’을 되풀이한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 6개월간 대북 정책과 관련해 청와대의 ‘오더’를 이행하는 데 만족하는 행보를 보였다. 기획재정부는 박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법개정안을 긴급히 수정했고 산업통상자원부 등 원전비리 관련 부처는 박 대통령의 채근이 있은 후에야 허겁지겁 방지책 마련에 나섰다.
교육부는 영훈국제중 입시비리에 뒷짐을 지고 있다가 ‘부정 연루 국제중 퇴출’이란 박 대통령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법을 고쳐서라도 지정을 취소하겠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청와대는 김기춘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한 ‘2기 참모진’ 구성으로 더욱 확고하게 국정 주도권을 틀어쥐면서 내각 우위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을 통해 각 부처의 국정운영 성과를 챙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 비서실은 국정운영을 하는 데 있어 우리 몸의 중추기관과 같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22일 책임총리·장관제 실종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정책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하는데 (장관에게) 명령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위임과 평가’에 대한 박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창원 한성대 교수는 “장관의 전문성에 맞는 권한을 부여하되 과감히 책임을 묻는 ‘권한과 책임’을 연동하는 국정운영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이 위임의 범위를 명확히 밝힐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남상훈·박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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