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부의장은 어제 민주당 회의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물질 누출사고에 대한 정부 대책을 촉구하며 “일본의 근본대책이 없는 한 일본의 올림픽 유치에도 당당하게 반대해야 한다”고 했다.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도 중국 네티즌과 연계해 도쿄 올림픽 반대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주는 것 없이 미운 이웃나라이지만 남의 잔치에 고춧가루 뿌리는 것은 누워 침 뱉는 격이 되기 십상이다. 썩 내키지는 않지만 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면 축하 인사를 전하지 못할 것도 없다.
일본 자민당의 고노이케 요시타다 참의원은 얼마 전 강창희 국회의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우리 속담을 써먹었다. 강 의장이 일본의 올바른 역사 인식을 언급하자 이렇게 응수한 것이다. 우리가 할 말을 저들이 했으니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 샌다’는 말이 딱 맞다.
올림픽 유치에 방해될까봐 반한시위를 두 달간 중단한 일본 극우단체들이 개최지가 결정된 직후 반인권적 시위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고 한다. 못나도 한참 못난 사람들이다. 올림픽 헌장에는 인류의 제전인 올림픽 운동의 목적이 ‘인류평화의 유지와 인류애에 공헌한다’고 명시돼 있다. 나라의 수도 심장부에서 ‘한국인을 죽이자’는 등의 섬뜩한 구호를 외치면서 밖으로는 인류평화와 인류애의 깃발을 흔들고 있다. 일본은 올림픽 유치의 슬로건으로 ‘재앙 회복’을 내걸었다. 잃어버린 양심을 되찾는 일은 언제나 시작하려는가. 다시 보는 일본의 두 얼굴이다.
김기홍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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