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업그레이드 부재로 결국 청산절차 박람회의 성공 개최 여부는 대개 사후활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판가름 난다. 국내에서는 이미 1993년 대전엑스포가 열렸다. 당시 개발도상국과 국내에서는 처음 개최된다는 의미가 부여되면서 관람객이 1400만명에 달했다. 93일간 하루평균 15만명이 입장했다. 64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외형으로 보면 여수박람회 820만명의 거의 2배에 달해 성공한 대회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대전엑스포 과학공원은 현재 몇 개의 전시관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휴관상태다. 관람객도 박람회 개최 다음해 211만명에서 1997년엔 84만명으로 뚝 떨어졌다. 대전엑스포의 열기는 사후까지 계속 이어지지 못했다. 이유는 엑스포 개최 이후 재방문하는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주는 콘텐츠 업그레이드 등 전략 부재 때문이었다. 엑스포 기간 방문객 실적만 믿고 시설을 보완하지 않는 채 운영에만 치중한 게 화근이 된 셈이다.
대전엑스포의 사후활용 출발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대전시는 정부로부터 엑스포 결산 후 남은 이익금 640억원과 현물 3000억원을 고스란히 양여받았다. 하지만 관람객 수가 크게 줄면서 운영비조차 감당하지 못하게 돼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1999년 지방공사대전엑스포과학공원으로 재개장했지만 계속되는 경영난을 견뎌내지는 못했다. 급기야 2008년 정부로부터 청산명령을 받았다. 매년 50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900억원에 달하던 기금도 고갈됐다. 이제는 이곳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유치하자는 논의가 한창이다. 대전엑스포는 사후활용을 제대로 못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독일 하노버엑스포와 일본 아이치박람회가 폐막 후 시설물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친환경공원으로 조성해 성공한 대회로 평가받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여수=한현묵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