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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한테 그렇게 좋대' 태교여행, 꼭 필요하나?

입력 : 2013-10-03 19:16:36 수정 : 2013-10-04 14:2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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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육아카페 중심으로 인기… 여행사마다 상품 경쟁
유명관광지 돌고 쇼핑… 일반 해외여행과 차이도 없어
못가면 상대적 박탈감… “임신 초기·말기엔 피해야”
“이름만 태교여행이지 관광·쇼핑을 위한 일반 해외여행과 다르지 않아요.”

임신 7개월째인 예비 산모 A(27)씨는 최근 괌으로 ‘태교여행’을 가려다 포기했다. 임신 후 포털 사이트 육아카페 등에 올라온 관련 글을 보고 여행에 관심을 가졌지만 결과적으로 태교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A씨가 알아본 여행상품은 4박5일에 비용은 1인당 150만원 정도. 여행 일정도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거나 미국식 창고형 마트에서 육아용품을 사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A씨는 “따지고 보면 태교여행이라기보다 사진 찍고 쇼핑하는 해외관광이라고 하는 편이 맞다”면서 “남들이 다 간다고 하니까 너도나도 덩달아 가는 식인 것 같아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베이비문’이라고 불리는 태교여행이 최근 예비 산모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 제주도 등 국내 관광지나 호텔 등으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괌·사이판 또는 동남아 등 비행시간이 3∼4시간 정도로 짧은 열대 휴양지로 떠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해외 유명 호텔에 머물며 관광과 쇼핑을 즐기는 것이 주요 일정이어서 안정을 취하며 정서적으로 도움을 받는 태교와 거리가 멀다. 뱃속 아이를 이용한 업계의 지나친 상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회원 200만명을 거느리고 있는 한 포털사이트의 임신·육아카페에는 태교여행 후기 게시판이 따로 마련돼 있다. 이 게시판에는 태교여행 후기와 문의 글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올라온다. 지난달 게시된 태교여행 관련 글만 300건에 육박했다. 태교여행 사진이나 현지 쇼핑장소 리스트, 숙박, 관광정보 등 내용도 다양하다. 게시글을 올린 이들은 괌이나 사이판 등 해외 태교여행지의 경우 미국식 창고형 마트와 면세점에서의 쇼핑이 일정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입을 모은다. 쇼핑은 유명 해외 브랜드 의류나 장난감 등 출산·육아용품과 명품 쇼핑이 주를 이룬다. 태교여행 비용을 둘러싸고 남편과 갈등을 겪고 있다는 게시글도 적지 않다.

임신 3개월째인 B(28)씨는 “해외 태교여행에서 1년치 애기 옷이나 출산용품을 계절별로 구입해온다고 들었다”면서 “여행 후기나 여행 후 남긴 과시성 글을 읽다보면 태교여행을 꼭 가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고, 상대적 박탈감도 느낀다”고 털어놨다.

여행·숙박 등 관련 업계는 이 같은 흐름에 편승해 예비 산모들을 위한 태교여행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태교여행이 신혼여행만큼이나 각광 받는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내 유명 호텔들도 장거리여행을 꺼리는 예비 산모들을 위한 태교여행 패키지 상품을 마련해놓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괌 태교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한 여행사 관계자는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문의 전화가 걸려온다”면서 “비용은 호텔이나 성수기와 비성수기, 출발 일자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백석대 전미순 교수(간호학)는 “임신 초기와 임신 말기에는 장거리 여행을 피하는 것이 좋다”면서 “여행을 떠날 때는 건강검진 결과를 점검하고 적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일정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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