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조차 “제작기법 등에서 신라나 고려시대에 만든 불상과 차이가 나는 만큼 진위 여부를 가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문화재청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고려여래불상(왼쪽) 처럼 입상은 보통 주물 작업할 때 가스 배출과 중간틀을 고정하기 위해 부처 머리와 몸체 뒤쪽에 동그랗게 구멍을 뚫어주는데, 금동여래입상은 뒷면은 인위적으로 떼어내고 자른 모양이 선명하다. |
경기도 무형무화재 제47호인 주성장(鑄成匠) 이완규(58)씨는 7일 “지난해 10월 국내 절도단이 쓰시마에서 훔쳐온 금동여래입상(높이 38.3㎝)과 관음사의 금동관음보살좌상(〃50.5㎝)을 정밀촬영한 사진 300여장을 분석한 결과, 이들 불상은 우리나라 불상 전통주조기법인 밀랍으로 만든 것이 아닌, 일본의 ‘주형절삭법’으로 만든 모조품”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여래입상은 8세기 통일신라시대에, 관음좌상은 충남 서산 부석사에서 1330년에 각각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일본에서 중요문화재로 지정됐다.
이씨는 “여래입상은 좌대가 없어 일본에서 20여년 전에 보수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몸체와 색상이 똑같을 수가 있느냐”며 “대구금동여래입상 등 좌대가 없어 국내에서 보수한 5개의 불상은 모두 색깔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씨는 “보통 입상은 주물작업을 할 때 가스 배출과 중간틀을 고정하기 위해 부처 머리와 몸체 뒤쪽에 동그랗게 구멍을 뚫어주는데, 여래입상의 뒷면은 인위적으로 떼어내고 자른 모양이 선명하다”며 “밀랍으로 주물을 하면 불상 전체가 일체형으로 나오는데, 여래입상의 손가락에 구멍이 뚫려 있어 우리 전통기법으로 제작된 불상과는 거리과 멀다”고 말했다.
이씨는 “관음좌상의 경우에도 화학약품으로 청동을 강제 부식시켜 생긴 붉은 녹과 아연·알루미늄을 많이 포함할 때 나타나는 백태를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 알루미늄은 발견된지 불과 100여년밖에 안 된 현대 금속”이라며 “불상 아래쪽에 못이 붙어 있고, 심지어 왼손은 용접으로 붙인 흔적도 보인다”고 말했다.
용접 의혹이 있는 금동관음보살좌상의 왼손. |
사진만으로 불상의 진위여부를 가리기 어렵다는 일각에 지적에 대해 이씨는 “현재의 디지털 사진기술은 육안으로 확인이 안 되는 부분도 확대하면 세밀하게 볼 수 있게 발전했다”고 일축했다.
오히려 그는 “금속공예 분야에 40년 동안 종사해 온 장인으로서 위작을 신라나 고려시대 불상으로 둔갑시키는 행태를 보고 있을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씨는 지름 21㎝ 내부에 1만300여개의 선이 그려져 있어 현존 기술로는 만들기 어렵다는 국보 제141호 다뉴세문경을 2010년 제작해 국무총리상을 받은 주물 전문가다.
불교미술 전문가인 진철문 박사도 “밀랍기법으로 불상을 만들면 불상 두께가 일정하지 않은데, 여래입상은 두께가 일정해 요즘 기술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며 “관음좌상은 두상 위치와 머리카락을 틀어 올린 방식 등도 고려시대 불상 조각 기법과 다르다”고 말했다.
진 박사는 “불상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서는 녹 성분과 비파괴 검사 등 과학적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화재청의 한 관계자는 “여래입상 좌대는 플라스틱인데, 불상과 좌대의 색이 일치하는 것은 일본의 기술”이라며 “불상 뒷면이 뜯긴 흔적은 왜 생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화재 감정의 기본은 현품을 보고 감정하는 것”이라며 “불상을 보지도 않고 이런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 대응할 가치도 없다”고 덧붙였다.
신진호 기자 ship6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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