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사들이 유통망 장악… 수익성은 악화
게임빌은 4일 모바일 게임사 컴투스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 215만5813주(21.37%)를 700억원(주당 3만2470원)에 인수하기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공시했다. 게임빌이 해당 지분을 인수하면 컴투스의 최대 주주가 된다. 컴투스 박지영 대표는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을 100% 내놓음에 따라 경영에서 손을 뗄 것으로 보인다.
게임빌 관계자는 “긴밀한 협력을 통해 세계 모바일 게임 시장을 이끄는 게임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게임빌과 컴투스, 양사가 전세계에 유통 중인 게임기는 100개 이상으로 아시아 게임사로는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게임빌은 컴투스 인수 후 회사를 합병하지는 않고 두 브랜드를 모두 유지하며, 유통망 단일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로써 모바일 게임 시장의 규모화 경쟁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초기 소형 개발사들의 성장이 주를 이뤘던 것과 달리 위메이드와 CJ E&M 넷마블 등이 참여하면서 대형 게임시간의 경쟁의 장으로 변하고 있다.
PC 게임 시장이 해외 게임사를 중심으로 한 몇몇 게임사 위주로 재편되고 시장 규모도 한계에 다다르면서, 대형 게임사들은 모바일 게임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
하지만 모바일 시장에서 수익을 내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카카오톡과 라인 등 인터넷 메신저의 등장은 모바일 게임 시장의 활성화를 가져왔지만 동시에 메신저사가 게임 유통망을 장악하면서 게임사들의 수익성 악화를 불러오고 있다.
게임사들이 모바일 게임을 유통하기 위해서는 애플·구글 등 모바일 앱마켓에 매출의 30% 정도의 수수료를 지급해야하고, 카카오톡이나 라인을 이용할 경우 여기에 30% 정도의 수수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 적게 잡아도 매출의 50% 이상이 게임 유통 비용으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모바일 게임 출시가 늘면서 그만큼 히트작을 내기 어려워졌고 게임 유통 주기가 짧아진 것도 부담이다. 그럼에도 게임사들은 게임 흥행을 위해서는 모바일 메신저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협상력과 자금력, 지속적인 게임 개발이 가능한 대형 게임사가 소형 게임사에 비해 훨씬 유리하다. 그만큼 소형 게임사가 모바일 시장에서 설 자리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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