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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불공정’ 비판 여론 누그러뜨리고 정쟁 비켜가기

입력 : 2013-10-28 19:17:30 수정 : 2013-10-29 00:5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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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정 총리에 대국민 ‘대독성 담화’ 왜? 정홍원 국무총리의 28일 대국민 담화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담은 ‘대리 담화’로 평가된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정 총리의 철저한 수사 촉구가 박 대통령의 입장과 궤를 같이해서다. 정 총리가 민심 흐름이 심상치 않는데도 박 대통령을 대변하고 나선 것은 대통령 대신에 여론의 매를 맞는 맷집 좋은 ‘몸빵 총리’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독 총리’ 내세워 정쟁 비켜가기

정 총리는 이날 담화를 통해 국가정보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댓글 및 트윗글 사건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촉구했지만 유감이나 사과의 뜻은 표명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국정원 등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며 야당의 사과 요구에 대해 선을 긋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날 담화는 ‘대선 불공정’ 논란의 파장이 확산되는 것을 감안해 국민에게 엄정수사 의지를 밝힘으로써 비판 여론을 누그러뜨리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최근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이 번지면서 촛불시위가 다시 불붙고 야권은 기세를 몰아 ‘헌법불복론’을 쟁점화하며 침묵하는 박 대통령의 사과를 압박하고 있다. 대통령에게 쏠리는 공세를 분산하려고 총리가 총대를 메고 나선 셈이다.

정 총리가 담화에서 경기 활성화를 위해 경제 관련 법안 처리에 대한 정치권의 적극적 협력을 요청한 것도 박 대통령이 평소 늘 하던 주문이다. 야권 공세가 경제 회복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부각해 ‘민생 대 정쟁’ 프레임을 짜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정 총리 담화의 주요 메시지는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나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수차 언급했던 내용을 되풀이한 수준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총리 담화를 통해 국민을 상대로 ‘마이웨이’를 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는 게 중평이다. 수장 인선을 마무리한 감사원·검찰을 통한 개혁·사정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28일 오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의 규명을 약속하고 경제활성화·민생입법에 대한 정치권 협조를 호소하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대리 담화, 악화된 민심 수습 역부족


정 총리의 담화는 대선 불공정 논란에 흔들리는 민심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정원 사건에 대한 법무부의 검찰 수사 외압, 국정원의 수사 방해 의혹 등으로 사정당국이 신뢰를 잃고 있어 정 총리의 공정한 수사 의지 표명은 국민에게 설득력을 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책임총리’를 다짐했던 정 총리로서는 박 대통령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해 ‘앵무새 총리’로 비칠 수 있다.

결국 사태 해결의 열쇠는 박 대통령이 쥐고 있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이 주중으로 예정된 수석회의에서 불공정 대선 논란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느냐 여부가 여야 대치정국 장기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총리 담화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 박 대통령이 다소 전향적 입장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남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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