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임수미(39·여) 작가가 “1인가구 얘기를 풀어보자”고 제안한 게 드라마 제작으로 이어졌다. 아이디어 작가 4명 중 3명도 혼자 사는 여성들이라 크게 공감했다. 아플 때나 혼자 밥 먹을 때의 외로움, 명절 때 쏟아지는 친지들의 측은한 눈빛, 휴가지에서의 고독, 밤길의 무서움 등 작가들의 경험이 소재로 활용된다.
임 작가는 “대학 때 자취하는 친구들이 먹는 것에 집착하는 걸 이해 못 했는데 어느덧 내가 TV의 ‘먹방’을 보면서 외로움을 달랜다”고 토로했다.
예전 자취생이 고작이던 1인가구가 기러기 아빠, 돌싱, 독거노인 등 다양한 연령층으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제작진이 그리려는 1인가구는 외롭고, 가족들과 사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외톨이가 아니다. 박 PD는 “다양한 방법으로 즐거움을 찾는 1인가구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임 작가도 “1인가구도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위로와 즐거움, 행복감이 있어야 살맛 나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우리 사회가 빠르게 1인가구로 재편되고 있다. 1990년에 102만가구였던 ‘나홀로족’은 지난해 454만가구로 4.4배나 늘었다. 결혼연령은 늦어지는 반면 이혼은 크게 늘고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1인가구 비중이 25.3%에 이르렀다. 1인가구는 소비의 파워집단으로 떠오르며 의식주 트렌드도 선도하고 있다. 1인용 전자제품 등 각종 상품과 주택, 식당, 공간 등이 성황이다. 함께 밥을 먹는 블로그나 트위터 등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여성을 노린 범죄나 ‘고독사’ 등 사회문제도 적지 않지만 사회학적으로 보면 당연한 결과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1인가구는 자연스러운 사회현상”이라며 “시장이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국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동·정재영 기자 kid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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