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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한번에 수백만원 베팅…청소년까지 ‘한탕의 유혹’

입력 : 2013-11-19 06:00:00 수정 : 2013-11-19 09:5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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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스포츠토토 급속 확산
‘한국 축구 평가전 5% 입금 보너스’ 한국과 스위스의 국가대표 축구 평가전이 열린 지난 15일 오후 직장인 김모(29)씨는 사설 스포츠토토 업체에서 보낸 이벤트 안내 문자를 받았다. 베팅에 사용할 돈을 보내면 입금액의 일정 부분을 추가로 충전해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예전에 호기심에 몇 번 사설 토토를 한 적이 있는데, 큰 경기가 있을 때나 주말에 문자가 종종 온다”고 말했다.


‘신흥 불법 도박’인 사설 스포츠토토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개그맨 이수근(38)과 그룹 H.O.T 출신의 가수 토니안(35·본명 안승호) 등 연예인들이 사설 토토를 했다가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했다.

사설 토토는 합법적인 토토에 비해 다양한 방식과 높은 베팅 금액으로 성인은 물론 청소년까지 ‘도박의 늪’으로 유혹하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동계올림픽과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이 열리면서 사설 토토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높은 배당금으로 유혹…대부분 ‘먹튀’ 사이트


사설 토토가 사람들을 유혹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합법 토토보다 방식이 다양하고 베팅을 크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18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손쉽게 찾아 들어간 사설 토토 사이트에서는 다양한 종목의 토토가 진행 중이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등 해외 축구리그는 물론 상하이 종합지수, 홍콩 항셍지수 등 해외 주가지수 끝자리가 홀수인지 짝수인지 맞히는 게임까지 있었다.

같은 종목이라도 베팅할 수 있는 게임이 합법 토토에 비해 훨씬 많았다. 예를 들면 농구에서 ‘첫 득점’, ‘첫 자유투’, ‘첫 3점’, ‘1쿼터 승리’ 등을 놓고 베팅을 하는 식이다.

베팅 금액은 합법의 경우 10만원까지 상한액이 정해져 있다. 하지만 불법은 100만원 상한이 기본이고 베팅을 많이 하는 사람들에 대해선 제한액을 더 올려준다.

또 당첨 금액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가져갈 수 있는 돈이 많다. 해외에서 열리는 각종 스포츠 경기가 베팅 대상이기 때문에 24시간 베팅이 가능하다. 환급 소요 시간이 1∼3시간으로 합법 토토(1∼3일)에 비해 훨씬 짧다는 것도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사설 토토는 인터넷의 스포츠 중계 댓글 창 등에서 사람들을 꼬드긴다. 대중의 관심이 높은 스포츠 경기가 열릴 때면 어김없이 이벤트를 만들어 문자를 보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사설 토토에서 돈을 따더라도 환급을 받는 사람은 드물다. 큰 금액에 당첨된 사람이 나올 경우 사이트를 폐쇄하거나 당첨된 아이디를 강제 탈퇴시키는 방식으로 먹고 튄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에 따르면 사설 토토 사이트 중 70%가 ‘먹튀 사이트’로 추정된다. 

◆불법 도박 시장의 10% 차지… 불법성 인식은 약해

사설 토토는 최근 들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사감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사설 토토의 규모는 7조6000억원이다. 합법 토토(2조원 대)의 3배가 넘는 규모다. 전체 불법 도박 규모(75조원)의 약 10%에 해당한다. 사설 토토는 2008년 사감위의 1차 조사 때 규모가 미미하다는 이유로 실태조사에도 포함되지 않았지만 4년 만에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불법 도박이 됐다.

이 같은 확산에도 불구하고 불법성에 대한 인식은 다른 불법 도박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약하다.

사감위가 지난해 발간한 ‘제2차 불법도박 실태조사’에서 전국의 만 16∼69세 남녀 15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설 토토의 불법성에 대해(4점 척도) 합법 도박 참여자는 3.2점, 불법 도박 참여자는 3.0점으로 평가했다. 이는 평가 대상 7개 불법 도박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사설 토토 경험이 있는 직장인 권모(29)씨는 “사설 토토에 걸 수 있는 돈이 더 많다는 것 외에는 불법과 합법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며 “국가대표 축구 경기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등 큰 경기가 있을 때는 사설 토토를 한다”고 말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전영민 서울센터장은 “스포츠와 연계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법 개념이 희석된다”며 “스포츠가 가진 건강한 속성 때문에 ‘이게 무슨 도박이냐’는 인식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청소년들도 손쉽게 빠져들어

사설 토토에 대한 불법성 인식 부족은 청소년들을 쉽게 ‘도박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원인이 된다. 청소년은 할 수 없는 합법 토토와는 달리 사설 토토는 예금통장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은 시기인 것도 사설 토토에 쉽게 빠져드는 요인이다. “5000원으로 20만원 따봤다”, “1만원으로 300만원 벌었다”는 소문이 한 번 퍼지면 이성적 판단이 약한 청소년들은 호기심에 사설 토토의 문을 두드린다.

광주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가 지난 4월 광주지역 중·고등학생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 1∼2회’ 혹은 ‘거의 매일’ 돈내기 게임을 한다고 응답한 청소년 중 16.4%가 스마트폰 사행성 게임을 한다고 답했다. 12.4%는 스포츠 경기 돈내기 게임을 한다고 응답했다.

광주센터 정재국 예방홍보팀장은 “교육을 나가서 물어보면 사설 토토를 해 본 청소년이 한 반(30명)에 4∼5명은 되고 많은 경우는 10명 가까이 되기도 한다”며 “청소년들은 정서·감정에 관여하는 뇌부터 발달하기 때문에 도박에 한 번 빠져들면 중독이 성인까지 이어지기 쉽다”고 말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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