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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여성난민 신청 느는데 '性박해 사유' 인정 인색

입력 : 2013-11-19 06:00:00 수정 : 2013-11-19 08: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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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013년 亞 첫 난민법 시행 불구 할례 등 여성 특수성은 무시돼
심사관 8명 중 여성은 2명뿐
“담당 자격 요건 완화해야” 지적
#1. 케냐 루오족 출신 여성 A씨는 우리 정부의 난민 인정 거부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해 2011년 승소했다. 케냐 인구의 12%를 차지하는 루오족은 ‘아내 상속’ 관습을 이어오고 있는데, 남편이 사망하자 그의 형제 등은 A씨에게 성관계를 강요하고 집에 불을 지르기까지 했다. A씨는 2006년 국내에 입국한 뒤 법무부에 난민인정을 신청했으나 2009년 거부당했다.

#2. 우간다 여성 B씨는 15살 때부터 고모에게서 여러 차례 결혼하라는 요구를 받다가 상대 남성에게 강간을 당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강제결혼을 피해 입국한 B씨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법원에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내 난민인정을 신청하는 여성은 늘지만 난민법상 난민 정의에 성(性)을 이유로 한 폭력이나 인권침해 관련 내용이 반영되지 않아 여성의 특수성이 무시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18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한지영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지난 7월 아시아 최초로 시행된 우리나라 ‘난민법’은 난민 인정 사유로 인종과 종교, 국적, 정치적 견해 등을 열거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 이 외에도 강제결혼, 할례 등 성차별적 관습이나 성폭력·가정폭력·인신매매 등 성을 기반으로 한 폭력 때문에 난민이 될 수 있음에도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있다. 난민인정을 신청하면 면접과 사실조사를 거쳐 인정 여부가 결정된다. 난민법에는 성차이로 발생하는 불이익을 줄이기 위해 요청이 있는 경우 같은 성의 난민심사관이 면접을 하고, 같은 성의 전문통역인이 통역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관련 업무에 2년 이상 종사하거나 교육과정을 이수한 5급 이상 난민심사관이 면접과 사실조사를 전담하게 돼 있다.

그렇지만 지난해 말 기준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소속 5급 이상 여성공무원은 4명에 불과해 자격요건을 갖춘 여성 난민심사관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관계자는 “난민법 시행과 함께 전국 8개 난민심사 거점 사무소에 자격을 갖춘 8명의 난민심사관을 겸임으로 지정했고 이 중 2명이 여성”이라고 말했다.

한 연구위원은 “성에 근거한 박해는 난민법에 구체화되어 있지 않아 심사 공무원이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경우 난민 적격성이 부인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난민심사관 역할이 크고, 특히 성별에 의한 면접심사의 영향이 막대하다는 점에서 자격요건 완화와 함께 여성 심사관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연구위원은 19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국제회의장에서 열리는 제4차 젠더와 입법 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한 난민 여성과 아동의 인권보장 방안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유엔난민기구에 의하면 2012년 현재 전 세계 난민 110만명 중 48%가 여성이다. 우리나라는 1994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난민인정을 신청한 5069명 중 여성이 772명으로 15.2%를 차지했다. 국내 난민 신청자는 꾸준히 늘어 2011년과 2012년에는 2년 연속 1000명을 웃돌았다. 하지만 난민 인정률은 여성 15.3%, 남성 7.1%로 낮은 편이며 심사 대기자가 1333명에 달한다.

윤지희 기자 phh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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