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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름답다 기준은 사회적 진화 산물"

입력 : 2013-11-19 09:40:04 수정 : 2013-11-19 09: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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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인의 아름다움(美)에 관한 기준은 과연 근거가 있을까.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인류의 이같은 해묵은 주제·논쟁에 관한 일각의 분석을 소개했다.

 영국 캠브리지대학의 이레인 엘리아 교수는 인간의 미적 인식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16일(현지시간) 저명 과학저널 ‘계간 생물학 평론’에 발표했다. 엘리아 교수에 따르면 인간의 외모는 생물·사회학적 진화의 결과물이다. 인류가 일반 동물과 달리 지능을 갖게 된 ‘호모 사피엔스’ 시절부터 심리·육체적으로 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절치부심해야 했던 노력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엘리아 교수의 이같은 가설은 지난 50여년간 미적 탐구에 매진해온 러시아 유전학자의 연구와 맞닿아 있다. 드미트리 베랴에프는 1959년 은빛여우를 어떻게 길들일 수 있을까에 관해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 러시아는 세계적인 모피 생산국이어서 야생 여우를 최대한 많이 길러야 했다.

 베랴에프의 초기 연구 성과는 놀라웠다. 은빛여우를 일반 농장에서 사육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던 과정에서 여우가 가축에 가까워질수록 뼈 형태 또한 바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마치 야생늑대가 개로 변화한 것처럼, 야생여우 또한 얼굴은 평평해지고 턱은 들어갔으며 코 길이는 뭉툭해졌다는 것이다. 베랴예프는 이같은 야생여우 변화를 “(자신의 목숨줄을 쥔) 인간이 바라는 대로 호르몬 및 신경전달물질 등 유전적으로 적응했던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인간의 아름다움에 관한 엘리아 교수의 진단도 이와 비슷하다. 인류 또한 여우처럼 보다 남들 평판에 어울릴만한 외모를 가지려고 골격·유전자적 진화를 거듭해왔다는 분석이다. 인간의 외모는 사실상 피부 밑 골격에 따라 상당부분 결정된다. 광대뼈는 나오지 말아야 하고 주걱턱은 없어야 하며 이마는 최대한 넓어야한다.

 이는 인류의 번식 본능하고도 맞닿아 있다. ‘열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 없다’란 속담은 사실 거짓말이다. 복수의 미국 사회학 연구결과에 따르면 남들 보기에 못생긴 자녀는 부모로부터 미움을 받을 공산이 특히 높다. 최근 미국 대형쇼핑몰에서 관찰한 결과 부모는 못생겼다고 얘기를 듣는 자녀의 경우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13%에 달했다. 반면 예쁘장한 자녀는 1%에 불과했다. 태어난 아이에 대해 부모가 전적인 생사여탈권을 쥐었던 선사·고대·중세의 경우 버림받거나 죽임을 당한 자녀는 특히 많았을 것으로 엘리아 교수는 추정했다.

 미국에서 부모 학대를 받았다는 자녀 외모를 비교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대다수는 이마가 좁아 못생겼다는 평을 듣는 아이들이었다. 또다른 연구에서는 자매 가운데 가장 미모가 뛰어난 여성은 다른 자매에 비해 다산 가능성이 16%나 높았다. 남성들 역시 못생긴 동료의 경우 그렇지 않은 이보다 자녀를 많이 낳을 확률은 13% 떨어졌다.

 이코노미스트는 “이같은 분석을 전적으로 믿지 않더라도 외모에 대한 평가기준이 후천적인 게 아니라 선천적인 것이 틀림없다”며 “과거에 비해 (보편적인) 선남선녀가 더 많은 설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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