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빛과 산소에 의해 색이 바래지고, 미생물에 의해 썩기도 한다. 이를 원래 그림처럼 복원할 때 과학자의 역할이 크다. 과학자들은 손상된 옛 그림에서 페인트 샘플을 얻은 뒤 기체·액체 색소 분리 방법 등을 통해 어떤 물감을 썼는지 알아낸다. 또 그림의 단면을 촬영해 화가가 어떤 물감을 덧발랐는지도 알아낸다. 이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그림 복원 방법이 결정된다.
적외선과 자외선도 중요한 분석 수단이다. 보통 그림의 표면에 있는 안료들은 가시광선을 일부 흡수해 색을 나타낸다. 적외선은 다른 빛보다 그림 깊숙이 침투하므로 표면에서 관찰할 수 없는 그림 내부에 손상된 부분이나, 구멍, 밑그림들이 보인다. 자외선을 쬐면 그림 표면에 바른 광택제가 반응해 빛을 내는데 황록색으로 나타난다.
과학기술은 그림의 진본 여부도 가려낸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반 메헤렌이라는 사람이 17세기의 유명 화가인 베르메르의 그림을 그려 독일 장교에게 비싼 값에 팔았다가 가짜로 밝혀져 재판을 받았다.
17세기에 베르메르가 사용한 파란색 물감에는 코발트라는 물질이 없지만, 반 메헤렌의 그림에서 코발트가 발견된 것이다. 이처럼 그림 분석에는 첨단 화학기술이 활용되는데, 역사가 길어 문화재나 그림 복원 기술이 많이 필요한 우리나라는 아쉽게도 이 분야에 약하다. 문화재 복원 및 보전 분야야말로 화학을 공부한 사람들이 개척해야 할 블루오션이다.
미래엔 올리드 과학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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