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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변호인' 세상을 바꾸는 작은 힘

입력 : 2013-11-29 19:39:29 수정 : 2013-12-13 10: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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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본다는 것은 단순오락이 목적일 수도 있지만, 스크린을 통해 세상을 들여다보는 행위이기도 하다. 영화 ‘변호인’(감독 양우석)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대한민국 사회의 과거와 현주소를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리 멀지 않은, 한 30년 된 가까운 과거의 이야기다. 그런데 요즘 세대들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양우석 감독은 이 시기를 ‘가장 밀도 높았던, 다양한 변화가 일어난 시기’라고 표현했다. 그런 격변의 시기, 우리의 삶과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가 바로 ‘변호인’이다.

 ‘변호인’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겼다는 사실만으로도 개봉 전부터 화제의 중심에 놓였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잘못 돌아가고 있는 세상을 향해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하고 있는 송강호의 울부짖음만이 들린다.

주인공인 송우석(송강호 분)은 “데모는 공부하기 싫어하는 대학생들의 지랄병”이라고 말했던, 정치에는 관심 없는 데다 속물이기까지 한 변호사였다. 그런 그가 법과 인권을 외치는 용기 있는 변호가사 된 건, 작은 인연 때문이었다. 가난했던 젊은 시절, 국밥만 먹고 도망쳤던 자신을 너그러이 용서해준 국밥집 아줌마 아들 박진우 군(임시완 분)이 죄 없이 공안 당국에 끌려가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재판을 받게 되면서부터다. 실제 1981년 제5공화국 초기 벌어진 부산 사상 최대 시국사건인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영화의 전반부는 고졸 출신으로 돈도, ‘빽’도 없이 등기 전문, 세무 전문 변호사로 돈을 쓸어 모으다시피 했던 송 변호사가 점차 우리 사회와 인권문제에 눈뜨게 되는 과정을, 후반부는 다섯 번의 공판 과정을 담고 있다.

드라마틱한 줄거리나 반전은 없지만, 이 영화가 묵직한 감동을 전해주는 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해도 숨어있지는 않겠다며 홀로 고군분투했던 한 사람의 패기와 열정이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겼기 때문. 계란으로 바위 치기일 수도 있지만, 작은 노력이 세상을 바꾸는 불씨가 된다는 단순한 사실을 진솔하게 그려냈다. 실화가 주는 감동에 배우 송강호의 혼신의 연기가 덧입혀져 영화를 보고난 후에도 벅차오른 가슴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또 하나는 배우들 간의 역할 균형이다. 송강호 김영애 오달수 곽도원 조민기 임시완 등 배우들은 모두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자기 역할을 잘 수행해냈다. 특히 주인공은 아니지만, 배우 김영애의 모성연기는 압권이다. 시퍼렇게 멍들고 터진 아들의 등을 바라보며 절규하는 그의 연기에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훔칠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를 정치적 잣대로 보든, 작품 자체로 보든 판단은 오롯이 관객의 몫이다. 다만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며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하는 감독 및 배우, 스태프들의 바람대로 영화의 진정성에 더 공감하는 관객들이 많길 기대해본다. 15세관람가. 러닝타임 127분. 12월19일 개봉.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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