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실각 경험… 신중한 처신 보여
최룡해 가문은 김정은 3대세습 정권과 각별한 인연으로 김일성 사후 김정일·김정은 후계체제 창출 과정에서 충성심을 인정받았다.
최룡해의 부친은 ‘항일 빨치산’ 출신인 최현으로 6·25전쟁을 거치면서 김일성의 핵심 측근이 돼 인민무력부장까지 올랐다. 어려서 최룡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친하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룡해는 김정은체제가 출범하면서 급부상했다. 그는 2010년 9월 개최된 제3차 당대표자회에서 당의 3대 핵심 기구인 당중앙위원회 정치국과 비서국, 당중앙군사위원회 멤버가 됐다. 최룡해를 제외하고 3대 기구에 선출된 인사는 김 국방위원장이 유일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과거 최룡해가 장성택 밑에 있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나, 최룡해가 당중앙위원회 위원에 선출된 것은 장성택보다 6년 앞선 1986년 12월”이라면서 “장성택이 최룡해를 정치적으로 키웠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4월10일 ‘최현 서거 30주년 중앙추모회’를 개최하고 최룡해에게 차수(한국군에는 없는 대장 윗 계급) 칭호를 수여하며 최현 부자를 한껏 띄웠다. 최룡해가 군 출신 인사가 아님에도 군부의 1인자인 인민군 총정치국장에 임명된 것도 김정은의 최룡해에 대한 각별한 신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정은의 공개활동 수행 횟수에서도 최룡해는 올 들어 장성택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대다수 북한 전문가들은 이런 점들을 토대로 장성택 실각 이후 최룡해가 김정은체제를 떠받치는 핵심 실세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런 전망이 최룡해가 김정은에 이은 ‘2인자’가 될 것이란 의미는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부연한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군부의 2인자였던 리영호도 2012년 갑자기 군 총참모장직에서 해임된 것처럼 북한이라는 군주제적 스탈린주의 체제에서 최룡해도 하루아침에 직무정지를 당하거나 해임될 수 있는 ‘수령의 제자 및 전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 전문가는 “이번 일(장성택 실각)은 김정은의 지시를 받은 최룡해가 직책상 진두지휘했을 것”이라며 “최룡해가 지금 당장은 김정은의 신임을 받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룡해는 연형묵(전 정무원 총리)과 함께 탄광까지 갔다온 사람이라 장성택과는 달리 밑바닥을 안다. 다시 밑바닥으로 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김정은의 신임을 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최룡해의 처신과는 별개로 장성택 실각 이후의 김정은체제는 다른 어느 인사보다도 최룡해에게 크게 의존할 것이란 게 북한 전문가들의 대체적 관측이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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