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개방 추진 동력 사라져
‘핵’과 ‘경제’는 다른 방향으로 뛰는 두 마리 토끼나 다름없다. 두 가지 목표를 나란히 제시한 것 자체가 북한 체제의 모순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북한 주민들에게 인민생활 향상을 공언했고, 그 방식으로 대내적으로는 농장·기업소 등의 운영 방식 개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주창했다. 대외적으로는 경제특구를 확대하고 관광업을 육성해 외자를 유치하겠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북한은 핵실험 등 잇단 도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전방위 대북 제재로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였다. 북한이 체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경제개혁 조치에 나선 것을 두고 북한 전문가들은 생존을 위한 고육책으로 평가했다.
경제특구 개발은 북한이 지난 5월 경제개발구법을 채택한 뒤 10월에 출범시킨 국가경제개발위원회가 담당하고 있으며 이 위원회에는 장성택의 핵심 측근이 대거 포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경제개발위원회는 김기석 전 합영투자위원회 부위원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국제합작중심 해외투자연구소가 배포한 ‘동북아지구 경제성장’ 세미나 소개서는 북한 참가자인 김기석을 국가경제개발위원회 위원장으로 적시했다.
안보 당국 관계자는 “김기석은 장성택의 측근”이라며 “국가경제개발위원회와 합영투자위원회, 당과 내각의 핵심 실세로 구성된 국가체육지도위원회에는 장성택 라인 인물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장성택 측근 세력에 대한 검증과 숙청 작업이 진행 중인 점으로 미뤄 장성택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김기석과 리광근 합영투자위원회 위원장 등 핵심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들에 대한 인사조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합영투자위원회는 북한의 외자유치를 담당하는 기관이며, 국가경제개발위원회 산하기구로 정보 당국은 보고 있다.
외자유치 등은 북한 내 경제적 이득을 챙기는 이권과 직결된 만큼 이를 손에 넣기 위한 다툼이 불거질 개연성이 크고 애초 계획보다 경제특구 개발의 폭과 방향은 축소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외형적으로는 기존 사업 틀을 유지는 하겠지만 이권 재조정 차원에서라도 새로운 인물들이 (이권을 얻을 수 있는 자리를) 잡아먹을 것”이라며 “외자유치와 경제특구 운영이 애초 계획대로 추진되는 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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