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심사·국정원 개혁안, 패키지로 처리될 가능성 높아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11일 국정원 개혁특위를 고리로 한 ‘살얼음판’ 휴전 상황을 이어갔다.
잇따른 막말 파문으로 촉발된 개혁특위와 예결특위 예산안조정소위의 간헐적인 연계파행은 양당이 이날 특위 활동 일정에 합의하면서 일단 가까스로 해소됐다.
그러나 돌발 변수가 언제 또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 ‘국정원 개혁·예산안 심의’가 맞물려 돌아가는 연말 정국의 불안한 동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정원 자체개혁안 방향은
국정원 개혁특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김재원, 민주당 문병호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당초 전날 예정됐던 국정원 자체개혁안 보고를 12일 전체회의에서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향후 스케줄은 16·17일 ‘국정원 등 국가기관 정치적 중립성 강화 방안’, ‘국회 정보위의 제도 개선 방안과 국정원 예산의 민주적 통제 방안’을 주제로 한 공청회, 18·19일 국정원법과 국가공무원법 등 관련 법안 심사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국정원 자체 개혁안은 민주당이 폐관(이관)을 요구해온 대공수사권은 아예 건드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파트는 존치한다는 것이 국정원의 확고한 의지로 보인다. 왕재산 간첩단사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 등은 국내정보 파트가 없었다면 적발하기 어려웠다는 게 국정원 주장이다.
더구나 국내파트와 해외파트를 이분법적으로 나눠 접근하는 것 자체에 국정원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정보요원(IO)의 국가기관 출입 금지 방안도 배제하되, 일부 축소·제한하는 쪽으로 ‘성의 표시’는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파트 유지 대신 국정원 직원의 정치개입시 처벌을 강화하고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방안을 포함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반면 대공·방첩, 테러 대응, 사이버보안, 경제·해외 정보수집 등 본연의 임무와 관련된 내용은 강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 숙청으로 북한 유동성이 커진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여겨진다.
국회의 국가정보원 개혁특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김재원(첫줄 오른쪽 두번째), 민주당 문병호(오른쪽 세번째) 의원이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향후 특위 일정 등의 합의사항을 발표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 |
국정원 개혁의 주요 쟁점마다 여야 견해차가 커 특위가 가동되면 충돌 가능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파트 폐지를 놓고 충돌할 소지가 크다. 민주당은 기선잡기에 나섰다. 문 의원은 “자체 개혁안은 참고용이며 국정원 개혁의 기준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정보위 상설화를 추진하고 감사원의 국정원 감사 등을 통해 국회의 국정원 관리·감독 기능 강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정치권에선 예산안 심의와 국정원 개혁안을 패키지로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개혁특위 합의 때부터 예산안과의 연계를 염두에 뒀다. 국정원 개혁특위가 공전하면 예산안 심의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전날 새누리당이 국정원 개혁특위 중단을 선언하자 민주당이 예결위 중단으로 맞섰다.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는 “특위에 예산안 연계 카드를 꺼내든다면 상황을 파국으로 몰고 가는 것”이라며 “우리당은 예산안 처리가 특위 문제로 발목 잡힐 경우 직권상정하는 방안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는 여야 공멸을 의미한다. 따라서 여야 모두 예산안 처리는 그대로 하되, 기초연금법과 외국인투자촉진법 등 새누리당 주요 핵심 법안과 국정원 개혁 입법의 ‘빅딜설’이 퍼지고 있다.
이우승·김재홍·김달중 기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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