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아파트 화재가 발생해 30대 어머니와 어린 3자녀 등 일가족 4명이 숨졌다.
어머니는 불길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린 두아이를 부둥켜 안은 모습으로 숨진채 발견 돼 구조에 나섰던 소방관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지난 11일 밤 9시35분께 부산 북구 화명동의 17층짜리 아파트 7층에 있는 홍모(34·여)씨의 집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홍씨와 9살, 1살짜리 딸과 8살난 아들이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희생됐다.
불길 치솟는 아파트 11일 오후 9시35분께 부산 북구 화명동의 한 아파트 7층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이 화재로 홍모(34·여)씨와 홍씨의 어린 아이 3명이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있다. <연합> |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은 어머니 홍모(34)씨가 한살배기 딸, 여덟 살짜리 아들을 부둥켜 안은 채 발코니에서 숨져 있는 것을 목격했다. 아홉 살 큰딸의 시신은 현관쪽 작은 방에서 발견됐다.
홍씨의 시신을 발견한 소방관은 "어머니가 거실에서 나오는 불길을 막으려는 듯 등을 돌린 채 온 힘으로 두 아이를 양팔로 감싸고 쓰려져 있었다"며 "'시신을 분리 하기 힘들겠다' 생각할 정도로 꼭 안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어머니 홍씨는 다급한 목소리로 119에 "현관 쪽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신고한 점을 미뤄 신고당시 이미 큰 불길이 일어 현관 옆방에 있던 큰딸에게 달려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화재발생 15분 전 홍씨 남편은 집으로 전화를 해 아이들의 안부를 물은 것이 가족과의 마지막 통화였다.
이 불로 이웃한 주민 B(57)씨 등 6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주민들이 놀라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불이 나자 소방차 28대와 소방대원 103명이 화재진압에 나서 화재발생 1시간만인 밤 10시27분께 진화를 완료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불이 A씨의 집 현관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원인을 조사 중이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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