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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긴 여운…'글판' 시민 사로잡다

입력 : 2013-12-13 19:06:53 수정 : 2013-12-14 20: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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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외벽에 내걸린 시구 등 차가운 도시 훈훈하게 만들어
교보생명 ‘광화문글판’이 원조, 관공서·학교 등으로 급속 확산
‘괜찮아, 바람 싸늘해도 사람 따스하니.’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옛 서울시청사) 앞을 지나는 시민들은 추운 날씨에 걸음을 재촉하면서도 도서관 외벽에 붙어 있는 글판(사진)에 눈길을 보냈다. ‘서울 꿈 새김판’이라는 이름의 글판은 서울시가 6월부터 시민 공모로 글귀를 선정해 3개월마다 한 번씩 교체하고 있다. 대학생 김모(25)씨는 “글귀와 분홍빛 디자인이 잘 어우러져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감을 자아내는 시의 한 구절, 창작한 글귀 등으로 꾸민 글판이 차가운 도시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짧은 글이 남기는 긴 여운에 시민들이 만족감을 나타내면서 글판은 관공서, 학교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해 10월부터 ‘수원 희망글판’을 만들어 게시하고 있다. 3개월 단위로 글판을 만들어 수원시청 앞 등 시내 5곳에 내걸고 있다. 이달 초 만든 겨울편 글판에는 마종기 시인의 ‘수원에 내리는 눈’ 중 “문득 가벼운 것들이 다가와 빛나는 눈꽃으로 나를 다듬어주네”라는 구절이 올랐다.

수원시 관계자는 “시민 공모를 통해 글귀를 선정하는데, 주로 사랑과 희망, 용기를 줄 수 있는 것을 뽑는다”며 “도시 생활이 무미건조하고 삭막한데 글판을 보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는 긍정적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2010년 11월부터 ‘부산문화글판’을 운영하고 있다. 사계절에 맞게 1년에 4번 교체한다. 올겨울 글귀로는 ‘가슴에 별을 간직한 사람은 어둠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다’(신형주 시인의 ‘별’)는 시구가 선정됐다. 숙명여대는 지난 4월 학교 정문에 힘과 위로가 되는 문구를 적은 ‘힐링보드’를 설치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9월 ‘한국인의 애송시’를 선정해 10월 서울 세종문화회관 등 광화문 일대 대형건물 외벽에 내걸기도 했다.

시민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는 글판의 원조는 ‘광화문글판’이다. 교보생명은 1991년 1월 “우리 모두 함께 뭉쳐 경제활력 다시 찾자”는 글판을 만들어 광화문 사옥에 내건 뒤 23년째 운영 중이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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