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설치자 소유” 집유2년 선고 주택가 등에 있는 의류수거함 속 헌옷을 꺼내 갔다면 죄가 될까. 수거함에 든 옷을 가져가 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주인 없는 물건이라며 무죄를 호소했지만 법원은 유죄 판결을 내렸다.
13일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임성근)에 따르면 평소 폐지와 헌옷을 내다 팔아 생계를 꾸려온 장모(50)씨는 4월 수원의 한 주택가에 설치된 의류수거함에서 재활용 의류 40㎏를 꺼내 자신의 1.5t트럭 트렁크에 실었다.
때마침 나타난 의류수거함 관리자 황모(41·여)씨가 이를 발견하고서 “왜 남의 옷을 가져가느냐”며 항의했다. 당황한 장씨는 급히 차에 올라타 달아나려다 “가지 말라”며 막아서는 황씨를 들이받아 가벼운 상처를 입혔다.
장씨는 결국 자동차로 황씨를 위협하며 헌옷을 빼앗은 혐의(강도상해 등)로 불구속 기소됐다. 장씨는 무면허로 트럭을 운전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장씨가 이전에도 의류수거함에서 헌옷을 들고 갔다가 벌금형을 4차례나 받았고, 황씨를 다치게 한 점을 들어 징역 3년6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에 불복해 항소한 장씨는 “의류수거함의 옷들은 기부한 사람이 소유권을 포기한 것”이라며 “주인이 없는 물건을 가져간 것이 어떻게 절도죄가 되느냐”며 결백을 주장했다.
2심은 원심보다 형을 낮췄지만 역시 장씨의 절도와 상해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범행에 이른 점과 황씨와 원만히 합의한 점 등을 들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해 장씨를 석방했다.
재판부는 “의류수거함에 넣어진 옷들은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재활용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서 “의류수거함 설치자가 이를 주기적으로 수거해온 점에 비춰 볼 때 의류수거함의 헌옷은 주인 없는 물건이 아니라 설치자가 소유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조성호 기자 com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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